ADHD가 있어서 좋은 점을 이야기해 보자는 게시글에, 장점이 전혀 없다는 댓글이 많아서 놀랐다. 나는 ADHD를 가지고 있는 게 때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신곡 발매 날짜를 맞추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음 미니 앨범 수록곡 두 곡의 제작을 맡긴 상태였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다음 날 바로 보컬 녹음을 예약했다. 전형적인 ADHD인의 직관력, 열정, 에너지였다.
녹음 당일엔 새벽 5시에 깼고, 다시 잠들 수도 없었다. 일어나서는 식욕도 거의 없었고, 목은 괜히 칼칼했다. 이런 감각 과부하는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녹음이 시작되자 2시간 동안 과몰입 능력이 발휘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타이틀곡을 부를 땐,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온몸에 전율이 일으며 부르는 경험도 했다.
ADHD의 과몰입은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성취를 만든다. ADHD가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음악에 몰입하고, 이토록 생생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 덕분에 지금도 음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