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혼자 간 해외가 미국 LA인 내가 어딜 가는데 무서울 리가 없다. 영국 소튼에 가기 심리적으로 무섭다. 그러다 심리학에서 감정 예측 오류를 떠올렸다. 맞다, 가면 다 괜찮을 거다.
감정 예측 오류란, 사람들이 미래에 있을 고통을 실제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낄 거라고 과대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경험 시에는 그 정도까진 아닌데 한 마디로 쪼는 거다.
걱정이 드는 데엔 일리가 있다. 내가 각각의 곡을 어떤 정신 상태에서 썼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제정신으로 이 앨범 작업을 마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알 거다. 그런데 그 곡들을 썼던 장소에 가야 한다. WHY NOW.
그것은 무슨 갔다 오자마자 5월에 앨범 발매 날짜를 잡은 나의 잘못이다. ADHD의 충동성, 어쩔 수 없다. 그게 장점으로 작용할 때도 많다. 비 ADHD인이라면 이렇게 한 달 만에 절대 못했을 거라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 다만, 비 ADHD인이라면 이렇게까지 감정을 깊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의 폭이 넓다는 것이, 예술할 때 도움은 되지만 정신 건강에는 참으로 해롭다.
다행인 점은, 이제 앨범 작업이 거의 끝났다는 생각이 들자, 괴로움이 확 줄었다. 지금 한 70% 홀가분해졌다. 완성되면 90%, 유통사에 넘기면 100% 자유로움을 느낄 거다.
노래를 듣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계속 들으니 힘들었나 보다. 무슨 부정맥처럼 심장이 이상하다고 느끼질 않나, 그래서 급하게 맥박측정기를 샀는데 가만 앉아서 아무 생각 안 해도 맥박이 계속 95-100이 나왔다. 내가 쓴 브런치글을 한 번 읽고 재니 110 나오더라. 예전에 60-70이었다.
이렇게 맥박이 빠르면 당연히 '감정 예측 오류'가 잘 일어날 거 같다. 지금 할 일은, 최대한 앉아있을 때 맥박이 70-80으로 내려가도록 물도 자주 마시고, 심호흡도 하고, 최대한 자극을 줄이는 거다.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