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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연애 감정과 사랑의 차이

by 이가연

내 수입은 한 달에 십만 원대다. 영국에서 돌아온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싱어송라이터, 보컬 트레이너, 영어 선생님, 유튜버, 작가. 나에겐 다양한 타이틀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올리는 '프리랜서'의 삶과 실제 내 삶은 다르다.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만 내가 내고, 병원 갈 땐 엄마가 카드 주신다. 평소에 서점 가고 한강 산책해서 그 외엔 영국 가지 않는 이상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누가 한 달에 30만 원씩 준다고 한들, 그 돈 모아서 영국 가고 싶을 뿐 뭘 사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수익이 거의 없어도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열심히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돈을 벌든 벌지 않든 지금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직이 안 되어서, 돈이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을 못 만난다는 말이 이해 되지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게 가능할까? 결국 마음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상대가 그런 본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레 겁먹을 수 있겠다. 하지만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은, 그리고 자존심 따위를 앞세우는 것은 결국 연애 감정이지 사랑이 아니다.


나는 사랑의 언어에서 스킨십, 함께하는 시간, 인정하는 말, 봉사, 선물 순서로 중요하다. 스킨십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선물은 0점이 나왔다. 누가 나에게 선물을 줘도 길이길이 기억에 남은 적이 없다. 사실 밸런타인데이든 크리스마스든, 연인이 있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런 기념일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예 기대조차 없어진 걸 수도 있다.


'내 돈 주고 밖에서 밥을 사 먹어본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싶을 정도이니 당장 연애를 하게 되면 매번 얻어먹을 수도 없고 난감할 거다. 그러니 집에 있는 반찬 싸가서 같이 먹는 상상이 절로 된다. 혼자 산책하던 거 같이 하고 싶다.



사람들은 쉽게 지레 짐작한다. 누군가는 내게 '그 많은 일을 다 하면서 시간이 되냐'라고 묻지만, 정작 한 달 수입이 십만 원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남자라면 연애를 하려면 그래도 레스토랑 가서 밥을 먹고, 선물도 주고,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그 사람이 나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하다. 돈 한 푼 없어도 상대방도 나처럼 매일 같이 있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마음만 맞는다면 함께하는 데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상대를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뭔가 나한테 더 해줬으면 좋겠다', '선물도 주길 바란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돈 없으면 사랑은 가능하지만 연애는 불가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불타오르다 쉽게 사그라지는 ADHD 식 연애 감정을 원하지 않는다. 결국 연애도, 사랑도, 모든 관계도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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