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번에도 곡 쓰나요

by 이가연

펍에서 나와서는 배 타러 갔다. 배를 타면 탬즈강 근처 각종 명소와 인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빅벤, 더 샤드, 밀레니엄브리지, 그리고 타워브리지가 있다.

타워브리지가 내게 특별하기도 하다. R=VD 수첩에 타워브리지 사진이 있었다. 에펠탑도 그렇고 막상 가면 그냥 건축물이다. 그런데 내가 그리고 그렸던 시간으로 인해 특별해진다.

배 위에 앉아있자니 햇빛이 직빵으로 내리쬐었다. 전에 배 탔을 때 생각도 났다. 여기서 배 타는 건 이번이 3번째였다. 처음은 유학 시작 전 22년 12월 런던 탐방하던 때 왔었고, 그래서 엄청 추웠다. 두 번째는 작년 3월 날씨 좋은 날에 왔었다. 꽤나 자주 탄 기분인데 세어보니 3번이었다. 이번엔 그린위치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이미 마지막 배가 떠났다고 해서 아쉬웠다. 정말 배 타는 걸 좋아하는 거 같다.

멋진 사진도 건져서 좋았다. 배에서 내려서는 친구와 헤어지고, 런던아이 쪽으로 다리를 건넜다.

워털루 역 앞에서 미리 지도에 찜해져 있던 피시 앤 칩스 맛집에 갔다. 맛있긴 했는데, 진짜 비쌌다. 무슨 피시 앤 칩스를 거의 4만 원 주고 먹다니.


마지막으로 워털루 역 안에 있는 서점도 들렀다. 이번에는 런던 스티커북을 샀다. 키즈 액티비티 코너에서 골랐다. 전에 살 때도 그런 스티커북에 스티커 붙이면서 힐링하곤 했다.

서둘러 내가 생각하는 막차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러 갔다. 어제 펍에서 나와서 친구와 시티 센터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일몰 시각이 한참 지난 9시 20분까지도 완전한 밤이 아니었다. 그러다 9시 40분 되니 '이제 밤이네.' 싶었다. 그래서 늦어도 9시 20분까지는 호텔 도착을 목표로 했다. 막상 9시에 기차역 내려보니 밤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깨닫긴 했다. 나는 사우스햄튼의 밤이고 저녁이고 정말 어렵다..


영국 더 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소튼은 못 있겠다. 그렇다고 다른 도시 숙박하고 싶나. 그것도 특별히 아니다. 답 나왔네.


내일이면 사실상 영국 마지막 날이다. 월요일 아침 8시 비행기로 파리에 간다. 졸업식 때도, 너무 피곤해서 제발 그냥 그대로 한국 돌아가고 싶었는데 마일리지 항공권이라서 바르셀로나 들렀다 가야 했다. 이번엔 파리다. 마찬가지로 매우 피곤하다.



작년 8월 영국 왔다가고는, '그런 너라도'와 다음 앨범 수록곡 '그동안 수고했어'가 탄생했다. 작년 12월 졸업식 이후에는 이번 앨범 수록곡이자 가장 찌릿한 곡 '있지'가 나왔다. 이번에도 집 가면 곡 쓰려나. 사실 '이 정도 심장 움직였으면 하나 나와줘야되는데' 라고 아까 생각 했다.


그러나 지금 심정으로는, 안 쓰고 싶다. 곡이 나온다는 건, 가슴 가장 깊은 곳에 품고 있던 생각과 감정이 다 쏟아져나오는 일이다. 그 속엔 평소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하기 싫었던, 받아들이기 아픈 기억이나 감정이 대체로 담긴다.


의미 있지만, 매번 하는 일이지만, 매번 쉽지 않다. 이번에도 곡이 나온다면, 또 많이 아픈 곡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