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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DHD와 나

ADHD인 다루기

by 이가연

백인 친구에게 사진 부탁하는 건 ADHD인 다루기와 비슷하다. 당연히 여기서 사진 찍어달라하는 거면 쓰레기통은 안 나오게 하고 저 뒤에 배경이 나오게 찍어달라는 소리다. 그런데 배경은 잘리고 쓰레기통이 나오게 찍는다. 그러니 카메라 주기 전에, "쓰레기통은 안 나오고 저거 나오게 해달라"고 정확히 지시를 줘야 한다.

물론 사진 센스가 아예 없어서 알려줘도 가망이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알려줬을 때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

성인인데 그런 걸도 알려줘야 하나. 그런 건 눈치로 알아야되는 거 아니냐 싶은 거, 알려줘라. 내가 백인 친구에게 그러듯, 그것만 빼면 좋은 친구다.

만약에 전혀 티 내지 않고, 아주 나중 가서야 사실 너가 찍어준 사진 하나도 못 건졌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나라면 그럼 '진작 말하지' 라는 생각과 '그렇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미안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 거다. 내 앞에서는 마음에 든다고 계속 웃었다가 나중에 가서 말을 바꾼 거라면, 그게 하얀 거짓말이었단 걸 알아도 회복할 수 없는 배신감이 든다.


나는 사진 엉망이면 다 엉망이라고 말하고 친구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직접 말한다. 친구도 내가 사진 잘 찍는 걸 인정해서 잘 받아들여 준다.


그래서 ADHD인임을 모두에게 밝히고 살아가려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대도 몰라서 그동안 인간관계가 늘 어려웠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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