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ADHD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한다면, 내 글에 앞서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내가 쓴 글은, 오직 내가 겪은 증상과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ADHD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p11 ADHD가 있는 성인 중 80%는 그 사실을 모릅니다.
-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도 충분히 ADHD가 있을 수 있습니다.
p12 "도대체 왜 그 의사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죠?"그녀가 물었습니다. 저는 답했습니다. "그 의사들을 탓하지 마세요. 성인 ADHD, 특히 성인 여성의 ADHD의 관해 아는 의사는 드뭅니다. 그렇지만 이제 실제 상황을 알게 되었으니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나도 매우 의아했다. 그동안 내가 만난 정신과 전문의가 여럿 된다. 마지막에 간 병원의 의사는, 따님이 20대에 발견된 ADHD였다. 그래서 나를 보고 단번에 알아채신 걸로 추정된다.
p14 진단받지 못할 경우 ADHD는 수명을 평균 13년 앗아갑니다. ADHD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온갖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 읽자마자 '자살'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긴 했다. 그리고 '위험 추구'가 떠올랐다. 갑자기 에베레스트 정복하러 가겠다고 했다가 죽을 수도 있고... 하는 생각.
p14 안 좋은 일 목록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높은 실업률,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그에 따른 높은 스트레스, 온갖 것에 대한 높은 중독률, 온갖 유형의 부상, 우울증 그리고 그에 따른 높은 자살 시도율과 자살률, 극심한 불안감, 자동차 사고, 관계에서의 실패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고립, 사회적 고립은 그 자체로 조기 사망의 고위험 인자입니다.
- 높은 실업률. 당연하다. 지금 나를 보라.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들마다 내가 왜 직업이 없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ADHD가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작년에 취업했을 것이다. 어른들을 상대하기는, 저기 적힌 '극심한 불안감'이 있다.
'관계에서의 실패'. 그렇다. 이것에 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은 단 하나, 해외 나가는 길 같다. 성인 이후로 영국에서 유일하게 안 외로웠으니까. 사회적 고립이 아니라 유학생으로서 커뮤니티에 잘 연결되어있다는 자부심에 살았다.
p15 이건 목록 일부에 불과합니다! 일부 안 좋은 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부채질합니다. ADHD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 안 좋은 일 목록을 보고 눈물이 날지도 모르지만, 명심하세요. 그 어떤 안 좋은 일도 필연적이진 않습니다.
- 그럴 위험이 높다는 것이지, 안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커피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술도 영국에 있을 때 친구랑 한 잔 마시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본능적으로 어릴 때부터 중독에 대한 강한 통제감이 있어온 것 같다. 나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p27 ADHD가 있는 사람의 정신은 쉬지 않고 작동합니다. 엔진의 회전 속도는 늘 올라가 있으며, 달려 나가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싶어 합니다. 그 어떤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강력한 뇌를 억제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ADHD가 있는 수많은 성인들이 갑자기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고, 여기저기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 이유입니다.
- 어느 유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씩 근교 도시에 나갔을까. ADHD인이 일이 없다는 건 정말 큰 고통이다. 3월과 4월 책 출간과 이제 2시간 남은 앨범 발매만 봐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발악한 것이다.
p44 대다수 연구는 전 세계적 ADHD 유병률이 5%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ADHD는 DSM 진단기준을 충족하는 ADHD보다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 수치는 최소 25%에 달합니다.
- 내가 주장하던 논리가 여기에 나와있어서 반가웠다. 나처럼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병원에 찾아가 진단이 내려지는 ADHD는 소수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꽤나 있어 보였다. 내가 그런 사람들하고만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다.
p48 1980년에 발표된 (중략) 당시 ADD라 불린 질환에 대해 "이 장애는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에게서 10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진단받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2:1 정도입니다. 그러나 제 견해로는 진짜 비율은 1:1에 더 가깝습니다. 현재까지 미진단 ADHD군에서 가장 큰 집단은 성인 여성입니다.
- 얼마 전, 어린 동생과 내가 나온 가족사진을 봤다. '이 두 아이 중에 한 명이 ADHD라면 누구겠냐'라고 사람들에게 묻는 다면, 10명 중 10명이면 사진만 봐도 동생이라고 할 것이다. 동생은 사진 속 얼굴 표정만 봐도 아주 까불까불한 반면, 나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게 보인다. 엄마도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정말 얌전한 아이였고, 동생은 한시도 가만 안 있고 움직이는 애였다.
p57 제 일은 여러분에게 벌레를 씹지 않고 사과를 먹는 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이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현재 내가 복용하고 있는 정신과 약물은 없다. 시차 적응 때문에, 원래는 다른 증상 때문에 먹는 약인데 수면제 효과가 있는 약을 엊그제 한 번 먹었을 뿐이다. 나에게 맞는 ADHD약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이 들었더라도, 나는 약이 행여 ADHD의 장점인 창의성, 독창적임, 열정, 기운참 등을 해치지는 않는지 면밀히 관찰했을 것이다. 벌레 죽이는 약을 너무 써서 사과까지 못 먹게 되어버리면 안 되니까.
p58 이제 한 쌍의 특성들, 즉 사과 안에 든 축복과 벌레를 살펴보면서 시작해 봅시다.
긍정적 특성 > 부정적 특성
창의성 > 충동적임
기운참 > 과잉행동
끈질김 > 고집이 셈
탁월한 기억력 > 흥미 없는 일은 곧잘 잊어버림
- NADA. 특히 창의성과 충동성에 대한 건, 그동안 제법 언급해 왔다. ADHD가 없었다면, 한 곡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술술 뱉어져 나오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뱉는 말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해왔고, 그렇게 곡이 쉽게 나오는 재능 또한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p59 기운과 열기, 흥이 넘침 > 어두운 기분에 빠지고 자책함
강한 직관력이나 육감을 지님 > 직감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직감에 휘말려 듦
타인의 고통을 느낌, 약자의 대변자임 > 때때로 남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전혀 이해하지 못함
새로운 경험에 이끌림 > 어리석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음
- 문득 ADHD인 중에 타로 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직감에 휘말려 드는 게 문제다. 직감이 맞을 때가 많기 때문에 참 어렵다. 유독 LGBTQ+나 장애인과 같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것도 ADHD의 영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론 진짜 자폐 아니냐 싶을 정도로 상대방 감정 파악이 안 되었던 거 같다. 감사하게도, 새로운 경험에 이끌리긴 하나 그게 어리석은 위험까지는 아니었다. 이처럼 내가 '중간 지점'에 있는 경우들도 있다.
p60 제 경험상, ADHD가 있는 여성들은 흔히 학교에서 자신만의 공상에 잠긴 채로, 조용히 지내는 편입니다. 이들은 아주 큰 노력을 기울여 공부를 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성별을 불문하고, ADHD가 있는 사람은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경험을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겪습니다.
- 초등학교 때 진짜 공상 많이 했다. 내 성적이 좋았고 이제야 발견된 건, 머리가 좋아서라고 의사도 말했다. 나는 상담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다. 그 점이 떠오를 때면 가끔씩 화나기도 한다. '이게 왜 아직도 안 되지. 그 근본이 뭐냐.'라고 나한테 계속 질문을 던지고 물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냥 그렇게 태어난 뇌 때문이었다.
p61 ADHD가 있는 사람은 재능과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긴 하지만, 동시에 성과를 내지 못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 살면서 재능 있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도 이제 좀 지겨워지려 한다. 그 이유는,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는 건 나도 매우 아는데, 그만큼의 성과가 안 나기 때문이다. 칭찬 듣는 건 좋은데, 실제 내 모습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도 기분이 좋지 않을 일이다. 내가 지금 20, 21살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p63 ADHD가 있는 사람들은 근면하고, 창의적이고, 독창적이고,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완고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의지가 강하지만, 동시에 하던 일을 멈추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누군가를 돕거나 대의를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문득 오빠한테, 오빠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가 아무리 바쁘고 여유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만사 제치고 간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한 번 내 사람이 되면, 진짜 좀 남다르다.
p63 우리는 위험이나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할 때 느끼는 감정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을 치료하는 직업군이나 소방관 같은 고강도 자극을 받는 직업군에서 ADHD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ADHD는 우리가 맹목적으로 행동하게 하거나 잘못된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 30분 뒤에 앨범이 나오는 것이 재능을 발휘한 것이지 맹목적 행동이 아니길 바라며. 이 글 읽으니, 왠지 맹목적인 행동이고 잘못된 사람이 진짜 맞는 거 같지만, 아니길 바라며.
p65 ADHD가 있는 사람은 - 가령 집에 불이 난 상황 같은 -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높일 경우, 재빨리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 최근 내가 주목하고 있던 ADHD 장점 중 하나가 '문제 해결 능력'이다. 살면서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그걸 그때그때 참 잘 빠져나왔다. 해결 방법을 정말 빠르게 잘 찾는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극한의 감정을 느끼고도 몇 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이 확 바뀌는 것 아닐까.
p65 그렇지만 똑같은 사람을 카리브해 해변에 데려간다면, 다들 긴장을 풀고 즐기는 동안, 이 가여운 사람은 구조의 부재로 인해 지루함에 시달리며 방황할 것입니다.
- 한국. 미치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루함에 시달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빠도 내가 '심심'할 것이라고는 절대 안 믿는다고 했다. 늘 뭐라도 하기 때문에 지루함은 못 느끼지만, 답답함은 좀 많이 느낀다.
p67 ADHD는 장애도 재능도 아닙니다. ADHD는 장애이자 재능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ADHD를 나쁘기만 한, 완전히 병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다른 어떤 사람들은 단점을 완전히 간과하고 ADHD에 딸려오는 장점에만 집중합니다.
-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수년간 상담을 받고 노력했지만 약점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없단 걸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 이렇다니.' 하는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었다. 대신 강점을 아주 강화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