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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me, but not ashamed

by 이가연

중국인 친구랑 위챗으로 얘기하다가 생긴 일이다. 내가 영문 이력서를 공유하자, 친구도 자기 이력서를 공유해 줘서 봤다. 친구는 'Distinction'으로 졸업했더라. 대단했다. 영국 학교는 Distinction, Merit, Pass로 등급이 나뉘는데, 70점 이상이 Distinction이다.


60점부터 69점까지 Merit이다보니, 점수가 아깝다는 의미로 "Shame."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갑자기 "아니야! 너는 너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야 해." 하며 막 음성 메시지도 보내왔다.


영어에서 "Shame."은 그냥 "아쉽다, 아깝다" 정도의 감탄사인데, 친구는 뭔가 "부끄럽다, 수치스럽다"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친구가 Merit도 잘한 거라며 막 그러는데 귀여웠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친구랑 대화하다 보면 생기는 일이다. 다음부터는 "Shame." 대신 "So close."라고 해야겠다. 사실 나도 그 정도면 잘한 건데, 학생들 다 웬만하면 Merit 받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 깎아내리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도 맞긴 하다. 친구 덕분에 다시 돌아보게 됐다.


이런 순간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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