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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아남기

by 이가연

영국. 다시 가서 사는 건 정말 아니라고 전부터 노래를 부름. 명절에 고향집 같은 개념임.

홍콩과 동남아. 당장 어딜 가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음. 이력서 여럿 보내도 안 읽음.


어떡하지?


어떡하긴. 당분간 한국에서 살아야지. 별 수 없지.



그래서 해결 방법을 강구했다. 영어로 최대한 자주 얘기해야 한다. 친구들과 채팅은 맨날 해도, 통화는 자주 안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서 얘기하던 친구랑 일주일에 한 번 통화도 안 한다면 답답한 게 당연했다.


영어로 하는 무료 온라인 웨비나도 신청했다. 시차 때문에 신청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한정적이라 아쉽다. 하고 싶은 건 죄다 새벽 1, 2시다. 하지만 최대한 자주 들어가서 찾아보고, 영미권 사람들과 계속 연결된 기분을 유지할 거다.


성인 이후, 수차례 번아웃과 회복을 반복했다. 남들은 일에서 번아웃이 올 텐데, 난 주로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하는 행동도 매번 똑같은 패턴이라 웃음이 난다. 책, 글, 그리고 봉사다. 근래 어디 나갔다 왔냐고 물으면 100% 북카페 또는 카페에 집에 있는 책 들고 가서 읽고 왔다. 그리고 지금 하듯, 글을 많이 쓴다. 다독과 다작은 원래 한 세트다.


봉사 활동 사이트 들어가서 할 거 없나 찾는다. 세상 하고는 소통하고 싶으니 책 읽고 글 쓰고, 어른 상대하기 힘드니까 어린아이들이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봉사 대상은 주로 초등학생이다. 어제도 그렇게 사이트 들어가서 두 군데 메일을 남겼다. 봉사는 다른 무작정 이메일 보내기와 다르게,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한국에서 잘 살아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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