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부터 유학 가기 직전까지 미국 영어를 썼다. 이때가 2023년 11월인데, 이때만 봐도 미국에 가깝다. (아직 한국인 친구들이 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끝장난 이후로 내 영국 발음이 발전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영국 영어 발음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심지어 수업도 듣는다. 영국 발음이 대체 뭐길래.
발음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이 있다. 아마 엠마 왓슨, 톰 히들스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같은 영국 배우들의 발음에 매력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국 발음으로 말을 하면, 내 귀에도 그 억양이 우아하게 울려 퍼진다. 마치 락발라드 부르다가, 클래식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말하는 태도도 바뀌는 느낌이다. 외국어를 할 때마다 자아가 바뀌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영어 할 때는 왠지 더 여유가 생기고 세련된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안의 자존감도 자극된다. 숨어있던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이 영어를 쓸 때면 꿈틀꿈틀 움직이니 행복하다.
무엇보다 지금 영국을 나왔던 작년보다 영국 발음이 더 늘었다. 꾸준히 영상을 시청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ADHD는 뭔가를 꾸준히 하기 진짜 어렵다. 통제력 밖의 일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에는 미친 애정과 노력을 퍼붓곤 한다. '꾸준히 뭔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이 영국 영어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