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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전해 본 일

by 이가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못한 일들'과 '내가 도전해 본 일들'은 같은 말이다. 쓰린 기억이지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랖 부리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이것저것 제안했을 때 이 글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흔들리는 것이 싫다. 은근 팔랑귀다.


1. 유치원 강사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다르다. 초등학생 10명을 이끌고 수업할 수는 있지만, 유치원생 10명은 못한다. 그러려면 무조건 보조 교사 1,2명이 반드시 필요한데, 남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업하기 싫다.

2. 뮤지컬 학원 강사
유치원은 비교적 사람들이 '그래 유치원은 어렵지'라고 이해할 수 있는 반면, 뮤지컬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권한다. 뮤지컬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연기, 춤, 노래가 합쳐진 예술이다. 대부분의 뮤지컬 보컬 선생님은 뮤지컬 또는 연기 전공이기 때문에 연기와 춤도 가능하다. 전공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망가지고, 소리 지르며 울고, 화내는 것이 연기라는 틀 안에서 행해진다면 부끄러움이 전혀 없다. 반면 나는 1대1 대화만 좋아하고, 사람들 모인 장소에선 끼어들어서 말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 단체 수업을 하더라도 밤 11시 라디오 방송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말이 나온다.

3. 보컬 학원 강사
원장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올차단하고 안 때려쳤다. 내가 고용주라도 나 안 뽑는다. 언제든지 누가 열받게 하면 다 차단하고 때려치우는 거, 안타깝게도 ADHD가 있는 한 계속 그럴 거 같다. 차단하면 내 돈 백만 원 이상 '이미 지출한 거' 날리는 거 아닌 이상. (분노 상황에서 받을 돈을 못 받는 건 생각이 안 된다. 있는 돈을 날리는 거나, 돈을 못 받는 거나 똑같은 건데 그거 안. 된. 다.)


이런 글을 쓰다니 진짜 한국에서 고용될 생각이 없구나.




대신 내가 일이 들어오는 만큼 다 하고 싶은 일이다.


1. 보컬, 피아노, 음악 이론, 영어 회화 개인 레슨
ADHD는 본인이 열정이 있는 일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다. 그래서 능률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나와 맞는 레슨생만 만나면,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 될 자신이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 방문 개인 레슨을 하던 시절, 나도 학생도 서로를 매우 좋아하고 레슨 시간을 기다렸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니 학원에 고용되어 레슨은 앞으로 할 생각이 없다. 학원에 보컬 선생님이 나 한 명이면, 안 맞는 학생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 레슨은 먼저 1회 수업을 하고, 그 뒤에 4회 등록을 결정하시도록 한다. 이 말은 즉, 나도 1회 수업하고 다른 선생님하고 하는 게 좋겠다고 보낼 수 있다.

2. 진로 특강 강사
정말 보람되고 행복해했던 일이다.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일주일에 두세 번도 일처럼 느끼지 않고 즐기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대학생 때는 봉사로도 했던 일이다. ADHD는 일이 일 같지가 않고, 놀이처럼 느껴져야 지속할 수가 있다고 한다. (잦은 퇴사와 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ADHD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라고 책에서 읽었다... 매우 일리 있다)



남들보다 '돈을 벌기 위해' 뭔가 참고 하는 건 못 해도, 돈을 안 받아도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보통 대학생들이 봉사 시간을 위해서 봉사를 해본 반면, 나는 자발적으로 다양한 봉사 활동을 많이 해봤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도 드물다. 돈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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