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진짜) 어렵습니다
1. 예전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 볼 때 일이었다. 내 이력서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어학 능력과 자격증이 적혀있다. 영어는 토익 스피킹 만점과 준 네이티브 수준이라고 되어있다.
"토익은 그럼 몇 점인 건가요?"
"아 토익은 아니고 저거는 토익 스피킹이에요."
"그럼 토익은 없는 건가요?"
그 얘기 말고 다른 외국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영국인이고 한국인이고, 명함이나 이력서를 건네주었을 때 외국어에 대한 말이 없는 경우는 처음 봤다. 한국에 널리고 널린 게 보컬 트레이너다. 하지만 나는 할 줄 아는 외국어도 많고, 자격증도 상당해서 가르칠 수 있는 다른 수업도 많다. 그런 언급이 없단 건, 내가 마음에 안 들 거나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는 (그것은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한 우물 파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보컬 트레이너로서는 뚜렷하게 긴 경력이 없고 잡다하게 뭐가 많기만 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난 그 자리에서, '토익은 한국에서만 인정되는 자격증이고 나의 영어 실력은 토익 스피킹 만점과 영국 방송국에서 라디오 DJ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다음부턴 말할 거다.
2. 한국 혹시 '수동 공격'이라는 term 자체가 없나. 원시 부족이 LGBTQ+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듯, 그런 건가. 오늘 일이다. 내가 어떤 점을 물어봤는데, 이어지는 답변에서 '공고에 써있듯이'라는 말과 함께 아는 말만 반복했다. 그 말을 반복하며 이미 아는 얘기를 하니, 친애하는 ADHD 자아가 튀어나와서 도저히 말하는 거 듣고 싶지 않고 켜놓고 인터넷 하고 싶었다.
이게 나의 예민함 탓인지, 아니면 진짜로 상대가 개선해야 할 부분인지 혼란스러운 경우들이 있다. 그럴 때는, 아주 효과적인 해결책이 있다.
여기 영국이야. 저 사람 영국인이야. 자, 그래도 내가 예민한 거야?
영국에서 취직 준비를 했었다. 책도 많이 읽고, 강의도 들었었다. '전에 이메일에서도 언급했듯이'라고 메일에 쓰는 거 수동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쓰지 말라고 내가 똑똑히 배웠다. 안 읽은 것 취급하고 기분 나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몇 년 전에, 카톡 쓰는 게 짜증나서 카톡을 지운 적이 있다. 그랬더니 카톡 왜 안 하냐는 말이 더 짜증나서 깔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번호는 화면에 뜨지 않도록 설정해놨었다. 모르는 전화를 받는 일이 매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전화 안 받냐는 말이 더 스트레스 받아서 다시 켰다.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 모르는 번호로, 왜 전화를 안 받냐고 하는 말은...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다...
나랑 안 맞을 사람은 진작에 거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유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이메일에, 메일로 회신 또는 문자로 연락 달라고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때리는 몰상식한 인간은, 대화를 해볼 필요가 없기에 나의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영국은 본인을 어떻게 부르면 되는지 인칭대명사도 메일에 적는다. 상대방이 원하는 연락 수단으로 연락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모르는 번호는 화면에 뜨지 않고, 앱 안에 차단 내역으로 남는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진짜 내가 전화 안 받으니까 한두번 전화하고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좀 아까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그렇게 문자도 안 남기고 간 사람들은 내가 별로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를 깨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학원에서 나에게 두 번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길래 안 하고싶나보다 생각해서 접었다고 했다. 차단 내역 보고 내가 다시 전화를 건 경우는 그때가 유일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실용음악학원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곤 한순간에 전부 올차단하고 인사도 안 나누고 그만뒀다. 이로써 어차피 안 맞는 거라는 내 이론이 더 강화되었다.
.
.
.
영국 가려면 글로벌 탈렌트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조만간 한국 한탄 게시글만 따로 모아 매거진을 만들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