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가장 시달리는 것은 사회 공포증이다.
한국에서는 밖에서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수많은 일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의 감정이 든다. 매표소 가기, 택시 부르기와 같은 간단한 일에 그렇다. 정확히 들여다보면, 그런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내가 상처받고 화낼까 봐 본인 스스로가 무서운 것이다. 반면, 호텔 체크인은 무섭지 않았다. 신라 스테이 정도 되는 호텔의 호텔리어가 불친절할 거란 생각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영국이 그렇다. 무조건 친절할 거란 믿음이 있다. 버스고 카페고 티켓팅 부스고 다 웃으면서 Hi Lovely하며 맞이해 준다. 그러니 어딜 돌아다녀도 불안하지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렇게 공포증에 시달려야 하는 게 기가 막히다. 유럽에선 어딜 들어가도 항상 Hi 하고 웃고 다니던 내가, 한국에선 그렇게 위축되고 불안해하며 돌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때때로 힘겹다.
살아야 된다. 어떻게 해야 될까. 일단 첫 번째 방법은 병원을 옮기는 것이다. 지금 병원에서 이 약, 저 약 다 시도해 봤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한국에 살려면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슬프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국에서 건강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거기 사는 내내 생리를 두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했다. 생리통 거의 없던 사람이 매번 심하게 했다. 그건 건강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강력한 신호다. 게다가 얼굴에 항상 뾰루지를 달고 살았다. 한국 오니 한 달에 한 번, 생리통 거의 없음으로 잘만 바뀌었다.
한국 돌아와서 버스 기사들이 막 화내는 것에 너무 충격받아서 웬만하면 전철만 탄다. 전철은 한국의 편리함과 깨끗함에 감탄하면서 탈 수 있다. 사실 전철도 누가 밀치거나 밀면 화가 난다. 출퇴근 시간은 자제해야 한다.
요즘 내가 계속 혼잣말로 영어가 나오는 이유를 알겠다. 너무 싫으니까. 한국에 있어도 한국하고 선 긋고 싶으니까. 방어 기제, 다 나를 위해 무의식이 열심히 일해주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 혼잣말로 영어 하면 기분이 나아지는지 지켜보겠다.
이렇게까지 하며 한국에 살아야 되냐.
신라 스테이 호텔리어를 통해 힌트도 얻었다. 최근 봉사 활동을 많이 신청했는데, 이것도 신청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람들은 무료로 봉사하러 가는 건데 당연히 기관 담당자가 친절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살면서 진짜 어이없게 불친절한 담당자도 많이 봤다. 호텔처럼 봉사도 아무 데나 신청하면 안 된다.
다 필요 없고 당장 런던 가는 왕복 항공권을 끊겠다.
나는 아직 시차 적응 중이다.
지금 현재의 내가, 조금만 더 편안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