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이마트에 다녀와서 쓰는 글이다. 집 아래 이마트에 갈 때마다 영국에서 장 보던 생각이 난다. 왜냐하면, 그전까진 살면서 그렇게 장 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 1층 가면 이마트가 있으니, 편의점처럼 자주 가게 된다.
영국 처음 도착했을 때, 1주일 만에 1킬로, 2주에 2킬로, 3주에 3킬로 빠졌다. 그 뒤론 차차 뭘 먹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조금 특수 케이스긴 하다. 라면 한 번 안 먹었다. (짜파게티 같은 건 끓여 먹었다.) 떡볶이, 마라탕 같은 것도 안 좋아해서 안 먹는다. 무엇보다 스시, 타코 같은 아예 못 먹는 음식이 많다.
사우스햄튼엔 한인 마트가 없다. 소도시라는 증거다. 온라인은 거의 10만 원은 시켜야 무료배송이 되기 때문에 런던이나 옆 동네 본머스 오프라인 매장도 종종 갔다. 여담으로, 13kg에서 14kg 이하로 주문해야 1층 기숙사 현관에서 11층 내 방까지 혼자 번쩍 들고 올라올 수 있어서 무게를 염두하고 주문해야 했다.
다음은 한인 마트에서 늘 사서 쟁여놓던 음식들이다. (즉,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좋은 꿀팁들이기도 하다.)
1. 김치
김치볶음밥과 김치찌개를 하기 위해 쟁여두곤 했다. 한인 마트에 김치가 정말 종류 별로 팔았다.
2. 김치찌개/순두부찌개 양념
물, 김치, 양념만 넣어도 김치찌개 맛이 잘 난다. 다만 맛을 위해 고기나 참치 중에 하나는 넣곤 했다. 김치찌개가 진짜 맛있었다. 아직도 내가 만든 김치찌개 맛이 어떻게 이러냐며 감탄한 기억이 생생하다. 순두부찌개 양념도 순두부만 사서 넣고 끓이면 끝이었다.
3. 참치와 고추참치 캔
이것도 김치참치볶음밥 또는 참치김밥이 되었다. 프라이팬에 김치, 참치, 계란, 치즈, 밥 등 가지고 있는 걸 다 투하하면 끝이다.
4. 김밥 김
김밥 김에 밥을 깔고, 집에 늘 쟁여놓던 치즈, 슬라이스 햄, 참치나 고추참치 등을 넣었다. 칼이 없었으니 칼질을 해서 먹지 않았다. 그냥 김밥을 돌돌 말아서 가위로 이등분해서 손으로 들고 먹었다. 볶음밥은 프라이팬을 써야 하니, 김밥은 설거지도 필요 없어서 자주 먹었다.
5. 두유
영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두유 마니아다. 하루에 한두 개는 꼭 먹는다. 한국 두유 값의 두 배는 했을 테지만, 습관이라 영국에서도 하루에 두 개를 먹었다. 10병이었는지 12병이었는지 베지밀 B 두유 세트를 2개씩 시켜대니, 무게가 금방 13kg에 근접해지곤 했다. 병이라서 병 따기 스킬이 늘었다. 고무장갑을 끼거나, 뚜껑을 숟가락으로 톡톡 치면 된다. 지금도 아침은 두유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