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무료한가요?
여기 ADHD 친구가 있습니다.
새로운 취미가 갖고 싶나요?
여기 ADHD 친구가 있습니다.
주말마다 제이드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친구가 영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평일은 시간이 애매하다. 그래서 한국 주말 저녁, 영국 주말 아침이 제일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백만 년 만에 (적어도 2023년부터 한 번도 안 친 게 확실한) 통기타를 꺼내서 친 얘기, 그러다 보니 서랍 안에 오카리나도 생각나서 꺼내서 처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불어본 얘기를 했다. 그러니 친구도 오카리나가 얼마 안 한다는 걸 알고 "한 번 해볼까?" 그랬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주로 한국과 영국, 여행, 타로와 점성학, 사랑, 가족, 심리다.
나는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과 가벼운 얘기만 나누면 피부에 가시가 돋는다. 나에게 즐거운 대화란, 내가 말하면서도 뭔가 배우고 깨닫고 영감을 얻는 것이다. 농담하고 웃는 건 일시적인 거고,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자 힐링이다.
그만큼 이런 점이 나와 맞다면, 별별 얘기를 다 해서 지루할 틈이 없게 해 줄 수 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내가 최근 관심이 생긴 것에, 친구도 흥미가 생길 확률이 높다. 친구는 내가 피아노, 노래를 알려줄 때도 재밌어했고, 사람 심리 얘기를 많이 해왔으니 올해부터 ADHD 얘기를 많이 해도 흥미롭게 들어준다.
특히 나는 악기, 외국어, 점 보는 거 관련해서는 자신 있게 추천하고 알려줄 수 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데, 제이드와 오빠 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 둘을 제외하면, '나는 친해지려고 진이 다 빠지도록 노력을 했는데 상대는 아닌 거 같다는 느낌이 거듭 반복되어 내가 포기한' 사람들로 세상이 너무 가득하달까.
ADHD인, 분명 좋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