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DHD와 나

스푼 이론

by 이가연

어제 영국 신경 다양성 웨비나에서 'Spoon Theory'를 알게 되었다.


건강한 친구, 가족에게 나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울증 걸린 사람에게 산책, 운동 좀 하라고 하는 사람에게 나는 늘, '휠체어 타는 사람한테 나가서 뛰라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싶었다.


스푼 이론은 다음과 같다. 아픈 사람들은 한정된 스푼을 가지고 아침에 눈을 뜬다. 다음은 각 활동에 필요한 스푼 갯수다.


1 스푼 : 침대 밖으로 나오기, 약 먹기, 이 닦기, TV 보기

2 스푼 : 샤워하기, 머리 말리기, 공부하기

3 스푼 : 집안일하기, 요리하기, 외출하기

4 스푼 : 학교/일 가기, 쇼핑하기, 병원 가기, 운동하기


비슷한 방법을 과거 상담사에게 내 상태를 알리는데 썼었다. 나는 레벨 2, 레벨 3 이런식으로 이야기했다. 레벨3면 외출 가능, 레벨2.5면 아주 간신히 외출 가능, 레벨2면 외출 불가 상태였다. 여기서 말하는 외출이란, 몇 시간씩 나가서 돈을 버는 행위도 아니고, 정말 간단한 산책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침대 밖에 나와서 씻고 밥 먹고 외출하는 게 당연하고 간단하겠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숟가락을 드는 것도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


최근 몇 달은 감사하게도, 저 스푼 이론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다. 하지만 분명, 미래의 배우자에게 '나 지금 스푼 1개야.' 또는 '지금 레벨 2야.'라고 말하는 날이 있을 거다. 난 1년 중에 최소 며칠은 이 닦기, 샤워하기, 머리 말리기 따위가 매우 어렵다.


흔히 사람들이 20대 후반, 30대 넘어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밖에 3-4시간 이상 나가있으면 피곤해서 못 있었다. (그래서 여행 가서도 점심 먹고 호텔에 들어와야 하는 거다.) 영국에서는 2학기 때 수요일마다 10시부터 6시까지 학교에 있어야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때론 만성 우울증, 아마도 ADHD로 인한 감각 과부하로,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는 능력, 사람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력,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이 '살기 위해' 늘어왔다.


이런 방법이 필요가 없길 나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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