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고 싶은 거다.
그동안 에든버러에 못 가봤다고, 런던보다 위로 가본 적이 없다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왔다. 그래서 이번 9월에 에든버러에 갈 건가. '음 글쎄'다. 멀어서 귀찮다. 영국에 간다는 건, 매 순간 즐겁기 위해서인데, 멀리까지 가서 즐거울 거란 보장이 안 된다. 이번엔 오래간만에 히스로 공항에 내려서, 런던 근교 도시를 탐방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개트윅 공항에 내렸기 때문에, 런던이 아닌 남부로 직진했다.) 아직 런던에서 기차 타고 근교 도시를 가본 적도 없으니, 결국 윗동네는 또 미뤄졌다.
시드니와 뉴욕도 마찬가지다. 시드니는 초1, 뉴욕은 중1 때 한 번씩 가본 적이 있는데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흐릿하다.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다고 얘기해 왔는데, 그 대신 나는 불과 '지난달에 다녀온' 영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지난 1집에 수록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발매에 간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2023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쓴 곡이 21곡인데, 그중에 가장 아끼는 4곡이 들어갔다.
'있지' 대신 수록될 뻔한 '그동안 수고했어'를 다음 주에 녹음할 예정이다. 둘 다 '마지막 트랙'으로 어울리는 곡이기 때문에, 한 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빠졌던 곡이 아니라면, 나머지 곡들이 미뤄진 데엔 이유가 있다. 아직 곡의 완성도가 덜하거나 곡에 대한 애정도가 덜하다. (곡을 좋아하는데 못 내는 예외의 곡이 있긴 하다.)
나는 원체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특징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뭔가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그들도 그냥 하면 되는데, 그만큼 간절하지가 않아서 안 하고선 왜 말로만 그럴까.'싶어서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시작 안 한 것은, 실은 그다지 안 하고 싶은 거라는 논리가 맞아떨어진다.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돈이 없어서 못 간 게 아니라, 딱 그 정도였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