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다. 유전자에 보고 자란 것까지 더해지니, 피해 가기가 어렵다. 나는 95% 복제품으로 보인다. '어차피 나도 밖에선 다 XX 맞고 남편에게만 잘하겠지. 어차피 친구 없어도 남편 하고만 놀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만일 내가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친구들 만나고 온다고 하면 '에? 친구가 있어?' 할 수 있다. 따로 취미 생활을 한다고 하면 '에? 나랑 있는 게 취미 생활인 거 아냐?' 할 수 있다.
나는 평생 아빠가 친구를 만난다는 걸 들은 적이 없고 항상 엄마랑만 둘이 노는 걸 봤기 때문이다. 취미 생활이 엄마랑 여행 가기, 엄마랑 쇼핑 가기에서 벗어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또 부부면 당연히 한두 달에 한 번씩 여행 가고 호캉스 하는 거 아니냐고 할 거다. 남들에겐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내겐 당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엄마도 소위 시댁에 안 간지 15년이 넘어가기 때문에, 내가 한국인과 결혼하면 명절 때마다 "혼자 잘 다녀와"가 될 수 있다. 영혼의 단짝을 만나 결혼은 반드시 할 거지만 시댁과 아기는 내 인생에 결단코 없다. 모든 점쟁이들이 입 모아, 겉모습만 한국인이고 속이 외국인이라 얽매이는 걸 할 생각이 눈곱 짜가리만큼도 없다 했다.
나는 다르다. 나랑 맞는 사람이 한국에 있을 가능성이 많이 안 보인다. 가족 자체가 한 명 한 명 보통 사람하고 다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나 희귀한 줄 몰랐다. 만 명 중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