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생일은 이제껏 겪어본 생일 중에, 아니 앞으로 평생 있을 생일 중에 최악임이 분명했다. 문득, 그래서 지금 나의 27살이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인 게 아닌가 싶었다. 난 애초에 한국인보다 외국인 친구가 더 많았어서, 한 5년 전부터 만 나이만 취급했다.
그전까지 인생에서도 분명 어려웠던 시기는 많았다. 그런데 그 어려움 속에서도, 운이 따라주는 좋은 일, 즉 보상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번 27살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뭘 시도해도 시도한 만큼 사람 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기절할 것 같은데도 한 발 내딛고, 쓰러져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한 발 내딛어도 실패하기를 반복하니, 더 크게 와닿았을 거다. 책과 앨범 발매 같은 건,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하다. 커리어와 인간관계 둘 다 원래 굉장히 남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것은 2024년 생일부터 타인 때문에 기분이 엉망진창이 되었기 때문에, 1년이 쭉 영향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미신 같은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래서 2023년으로도 거슬러 올라가 봤다. 2023년에는 싱글 '착해 빠진 게 아냐'를 발매했다. 생일에 곡을 발매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니 뭔가 26살은 대외적으로 드러날 일이 많았다. 영국 가기 전에도, 경력이 될만한 공연들이 지금보다 더 성사가 되었었다. 영국 가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이력을 채워 왔다.
2022년 생일에는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러 갔다. 박효신 님 라이브를 들은 게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뮤지컬 보기 몇 분 전에 나를 차단했던 친구로부터 장문의 카톡이 와서 정말 펑펑 울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너무 눈물이 나니 잠깐 극장 밖으로 나와서 진정하고 들어가야 했다. (그 경험이 있어서 지금 생일날을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의 디데이로 잡고 희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친구도 먼저 연락이 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아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근데 그러면 생일 이후에는 어떻게 살려고' 싶지만, 당장도 힘들어서 그 이후로는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리곤 뮤지컬은 예상대로 박효신 님 노래 부르실 때, 입 다물 줄 모르고 두 손 모아 감상했다. 원래 뮤지컬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러 다닌다. 그러니 그 마음 그대로, 2022년 후반에는 미국을 갈지, 영국을 갈지 계속 더 고민하고 영국에도 처음 가봤다. 25살은 치열하게 미래를 탐색했다.
나의 28살은 어떨까.
일단 강릉 1박 2일이 예정되어 있다. 10일 저녁에 본선 대회가 있고, 11일 저녁은 되어야 서울에 도착한다. 대회 측에서 경비와 숙박을 제공하고, 대회 다음 날이라 가뿐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창원 사진사 아저씨도 감사하게도 강릉까지 와주시기로 해서, 생일엔 해수욕장 근처에서 재밌게 사진 찍을 예정이다. 그럼 정말 27살과 다르게 28살은, 가뿐한 마음으로 즐기면 좋겠다. 지난 1년을 너무도 무겁고 무겁게 보내서, '가뿐하다', '후련하다'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마음이 좀 나아진다.
10일 큰 대회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잘 마치고, 11일을 누릴 수 있을 것처럼, 어두웠던 27살을 잘 보냈으니 28살을 잘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