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생일날 '연락할까 봐'를 발매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강릉에서 서울 오고, 집 와서 계속 쉬는 내내 1분, 2분마다 핸드폰을 봤다. 도무지 핸드폰을 멀리하려 해도, 멀리할 수가 없었다.
카톡 알림을 켜고,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카톡 개별 알림을 껐다. 그 말은 즉, 올해 대화한 적이 없는 사람 또는 광고나 알림이 뜬단 뜻이었다. (그렇게 뜬 사람이 쓸데없이 전남친이었다. 3년 만이라, 그리고 난 그렇게 전에 사귄 사람으로부터 연락 받는 게 처음이라 놀라기만 했을 뿐,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역시 진정 아무 상관없는 사람은 이렇구나 싶었다.)
제목 그대로 하루 종일 연락할까 봐 기다리는 날이었다. 그 하루만 생각하면 상당히 슬픈 날이었다.
그런데 생일 이후로 운기가 확 바뀐 것이 느껴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며칠 전부터 더 이상 상처의 침습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똑같은 말이 수십수백 번씩 생각나서 괴로워했는데, 그게 까마득한 일로 느껴질 정도다.
과거가 생각 나는 경우는, 좋았던 일들이다. 그러면 영국을 너무 절박하고 치유가 간절해서 가는 게 아니라, 진짜로 친구 보고 싶어서, 여행하고 싶어서 갈 수 있다. 참 바랐던 현상이다.
작은 일에도 즐거움과 감사를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올해 내내 필사적으로 하루에 한 번은 외출했다.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간 날은, 답답하고 불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가기 귀찮아도 산책을 하거나 도서관/북카페에 갔다.
그런데 더 이상 그 가벼운 외출을 하든 말든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이틀 연속 집에만 있었음에도, 충분히 생산적이고 좋은 하루를 보냈다. 마냥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도 아니고, 내 안에 좋은 기운이 흐르는 걸 느꼈다.
갑자기 열정 넘치고 외향적이게 변했다면, 그건 좋은 기운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런 건 금방 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건, 잔잔하면서도 조화로운 기운이다.
이는 물론 진짜로 생일 이후로 운기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우울증 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지 3주가 지나서 약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병원에서 약은 3주 먹었는데 효과가 없으면, 약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둘 다라고 생각한다. 수비학적으로 올해 나는 숫자 1,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내가 8월에 태어났기에, 그 기운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1 전의 숫자는 9로, 하나의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시기였다.
답답했던 지난 1년이 거의 끝나고, 시작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