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와 더불어 신경 발달 장애인데 왜 한국에선 장애 인정이 되지 않는가. 2019년 기준 한국의 장애 출현율은 5.4%인데 영국은 27.3%다. OECD 평균도 24.5%다.
'니는 ADHD인 거 모르고도 영국에서 석사까지 했잖아?'라고 한다면, 그건 충분한 자본과 학생 신분 덕이다. 학생은 아프면 당연히 쉴 수 있고, 3주를 학교 안 나와도 되었다. 리사이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리포트했으면 미뤄졌을 수 있다. (작년 1월로 돌아가면 나를 그렇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은 시시콜콜 사적인 걸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냥 학생의 건강 그 자체가 중요하다. )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ADHD마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다르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열정적이고, 도전적이고, 능력이 많다. 그런데 그만큼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로 만날 수 없다. 중간에 담당자인 어른을 거쳐야 한다. 그 어른을 거칠 때, 감정 조절이 안 되어서 막 화내는 불상사가 생겨서 일을 시작조차 못하거나 갑자기 그만두게 된다. 분명 아이들에게는 결코 화가 나지 않는데, 정말 너무도 수업을 잘하는데, 어른을 거쳐야 해서 문제가 된다.
전시회장에서 소리 내며 찡찡 대는 아이를 보고 부모가 '왜 그러는지 말을 해'라고 하는 모습을 봤다. 그 아이처럼 나의 감정 조절 레벨이 상황, 상대를 가리지 못할 수 있다. 그래도 상대방이 쟤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말은 잘한다. 이해는 시킬 수 있어도, 성인이 그런다고 보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막을 수는 없다. 감정을 느끼는 정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걸 어떤 고용주에게 설명할 수 있나. 그래서 정치인, 사업가, 연예인에 ADHD가 포진해 있다. 일반적인 직업을 갖기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도 분명 있다. 하루에 2시간은 애들 레슨 하고, 2시간은 글 쓰고, 한 달에 두세 번은 공연으로 크게 벌었으면 좋겠다. 그 일들은 비교적 내가 ADHD고 어쩌고 자시고 할 필요 없이 잘할 수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봉사거나 수입이 전혀 없다.
수입이 없으면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문제가 터져서 못 한다. 앞서 언급한 일들도, 나는 어떤 날은 샤워하고 이 닦고 숟가락 들 힘도 없이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걸 아프다고 했을 때 절대 묻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개인 레슨 당시에는 굳이 안 말해도, 서로 사정을 봐주며 융통성 있게 진행했다. 하지만 학원에 고용되니, 내가 자꾸 빠진다고 느껴진 거고 충분히 이러이러한 진단을 받았고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어느 날 나를 붙잡고 그 상태를 더 쪼면서 물어봤다. 영국이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건 이미 치질 수술한다고 말했는데, 상처를 보여달라고 한 수준이었다. 그러니 레슨 자체를 즐겁게 하고 있었음에도, 관리자 때문에 폭주하고 그만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ADHD인이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로 인해 자살률도 너무 높고, 다른 정신 질환이 더해진다. 국가 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ADHD는 ADHD 약을 먹어도 평생 ADHD다. 일시적인 정신 질환이 아니다. 말부터 신경 발달 '장애'인데, 왜 이 장애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는가.
할머니도 장애 등록이 되어 있으시다.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장애인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스스로를 '나는 장애인이야...'라고 비관해서가 아니라, 이에 맞는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애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ADHD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꾸 '자폐랑 비슷한 거다'라고 말하게 된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비 ADHD인들과 내가 부딪히게 되는 사안들의 대부분은 그들이 나를 자폐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해결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돌발 행동이나 소리를 내고,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들어서 직설적으로 말해줘야 알아듣고, 일반 회사원이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는데 여러 사람 민망한 상황을 발생시키는 모습이 이미 TV에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새벽 3시에 상사에게 전화해서 하고 싶은 말을 막 쏟아내던 우영우가 떠오른다. 정명석 변호사가 아니었으면 우영우가 변호사 생활이 가능했겠는가. 나는 비슷하게, 새벽 3시에 카톡을 와다다 쏟아내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전화는 안 하지만, 그 욕구가 들었을 때 카톡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한 10년 뒤에는 인정될 거라 믿는다. 해외에서 이미 인정되는 거라면, 한국도 언젠가는 따라잡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