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DHD와 나

ADHD 주변인 인터뷰 - 마시마로 편

by 이가연

마시마로는 어릴 때 한국에서 영국으로 건너가 현재 런던에 사는 비 ADHD인이다.


1. 평소에 ADHD인과 자주 교류하시나요?

네. 아주 많이 교류합니다. 저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어서 ADHD인 친구뿐만 아니라 ADHD가 있는 어린 학생들도 가르치면서 교류하고 있어요.


2. ADHD 떠오르는 특징이나 인상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DHD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에너지가 넘치고 존재감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말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이 마구 튀어나오고, 주제가 자주 바뀌기도 하죠. 창의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웃음이 터질 때도 많아요.


또 몸을 가만히 두기 힘들어서 손을 계속 움직이거나, 다리를 흔들거나,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려워하는데요. 예를 들어, 피아노를 치다가도 갑자기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든가, 화장실을 십 분마다 가는 친구도 있어요. 그게 꼭 볼 일을 봐야 해서가 아니라 그냥 어디든 움직이고 싶은 마음임을 알죠.


3. ADHD인의 가장 큰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DHD인은 마치 에디슨 같아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여요. 창의적이고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인해서 나오는 재밌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오며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라면 매우 집중력 있게 무섭게 파고드는 모습이 있어요.


예를 들어, ADHD가 있는 학생들은 피아노 연습도 달리 하는데요. 박자를 다르게 해 본다거나, 노래를 불러본다거나, 왼손을 오른손으로 연주한다든가, 오른발 페달을 왼발로 연습한다든가, 늘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오 이거 아주 좋은 방법이야."하고 기발하다며 칭찬해 줍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연습 방법을 터득하게 되어요.


또 딴생각을 자주 해서 주제가 이리저리 럭비공처럼 튀지만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대화를 해보면, 그리고 다르다는 걸 인정해 주면 상당히 매력적인 친구들이라 생각해요.


4. ADHD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불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죄책감과 자존감 저하가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보여요. 저의 학생들 중에서도 조금만 연습이 되지 않으면 바로 자책을 해버리곤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충분히 정상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해서 자기를 학대하곤 해요. 그럼 저는 바로 "그럴 수 있지!"라고 하며 '우린 인간이다. 완벽할 수 없다.'라고 강조해 줘요. '평생 피아노만 친 선생님도 실수한다. 괜찮다. 내가 완벽하지 않은데, 너희들에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해주면 학생들이 안심하곤 해요.


5. 한국 사회에서 ADHD인이 살아가며 특히 어렵다고 느낄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국에선 ADHD인이 "저 ADHD예요"라고 외치지 않아도 되도록 사회가 만들어줘요. 설령 그렇게 외쳐도, "그래? 넌 지극히 정상이야."라는 점을 강조해 주죠. "제가 ADHD가 있으니 도와주세요."라고 할 필요까지 없게 해 줘요. 그러니 한국에선 "저 ADHD예요."라고 자꾸 말하게 되는 이유를 알겠어요. 그만큼 사회가 소외시키고 잘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죠. 그렇게 말해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해요.


물론 영국이나 다른 나라도 ADHD인이 살아가기에 어려워요. 하지만 다른 점은, 그렇게 어려움이 많단 걸 알아서 관련된 단체, 기관들도 많아요. 외국이라고 해서 비 ADHD인이 ADHD인을 무시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서 단체, 기관들이 많이 힘쓰고 있어요. 한국은 ADHD인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느껴져요.


한국에선 ADHD인이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감정표현을 한 것일 뿐인데 그걸 이상하게 봐요.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감정에 충실한 건 좋은 거예요. 예를 들어, 대부분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그때그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서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잘못짚을 수가 있죠. 하지만 ADHD인은 나의 심정이 어떤지 바로바로 얘기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표정관리가 잘 안 되고 모든 기분이 그때그때 다 드러나지만 대신 금방 또 잘 잊어버려서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ADHD인이 뒤 끝이 없어요.


6. 비 ADHD인이 ADHD인을 더 잘 이해하려면 어떤 점을 염두에 두면 좋을까요.

일단 ADHD인에 대한 공부가 절실히 필요해요. 그리고 조언보다 무조건 진솔한 공감이 도움이 되어요.


7. 사회가 가진 ADHD에 대한 오해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큰 건, '의지 부족'이라는 오해 같아요. ADHD라는 사실로 '자기 합리화하려 한다', '핑계다' 이렇게 보는 시선들이 있죠. 그러다 보니 게으르다는 오해도 생겨요.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오해하는 경우도 생겨서 참 슬퍼요. 부모도 자기 자식을 제대로 헤어리지 못할 때가 많은데, 남들은 오죽하겠어요.


8. 마지막으로 ADHD인에게 한마디

ADHD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기죽지 말고 멋지게 그 특별한 장점을 잘 살려서 훨훨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서면 인터뷰에 참여하고 싶은 'ADHD를 진단 받은 분 혹은 가족, 친한 친구를 두고 있는 분'께서는 메일로 연락 주세요. 추후 ADHD 책 집필 시에도 수록될 예정입니다.

gayeon08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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