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써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1년 반 동안 기억하고 앨범에 마음을 갈아 넣었다. 다만 죄다 희망 차고 신나는 노래를 언급했는데, 나는 예나 지금이나 상처받아서 절절한 발라드 쓰는 게 특기다. 그런데 사람이 그런 템포 빠른 노래만 들을 리 있나. 다른 참고할 만한 노래도 던져놓은 게 있었다.
언급했던 노래고, 프로필 뮤직이고, 다 모아서 비공개 재생목록을 만들어서 수백 번 들었다. 스타일이 다른 가호의 'Running' 같은 노래는 제외했다. 특별히 분석을 했다기보다, 계속 들어서 체득하게 했다.
아래의 곡들은 템포가 느리지 않음에도 가슴이 저릿저릿한 뭔가 있다. 보통 그런 찡함을 유발하는 악기가 들어가는데, 그런 부분을 유심히 들었다.
너를 생각해 : 템포 92. 전주 없음. 일렉 기타 라인이 포인트. 테마가 계속 반복.
그라데이션 : 템포 104. 드럼이 시원시원함. 통기타가 아련, 뒷부분 일렉 기타 라인도 매력.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 전주 없음. 스트링이 포인트. 앞부분은 건반으로 시작해서, 건반+스트링으로 흐름. 캐논 진행.
안녕, 보고싶은 너에게 : 전주 없음. 피아노 라인 들어가는 게 예쁨.
그래서 타이틀곡 '아직, 너를' 밴드 편곡 나왔을 때 참 기뻤다. 이 노래가 마음에 안 들 순 없다며 이를 악 물었던 곡이다. '그런 너라도'는 좋아할 만한 템포 90에 일렉 기타 라인도 예쁘다. '있지'에 나오는 스트링도 마음을 더 아프게 해서 좋았다.
작년 5월에 발매한 '너도, 알겠지'는 친절하게 레퍼런스를 던져놓고 갔었는데도 반영을 안 했었다. 십센치 '그라데이션'처럼 어쿠스틱 기타가 들어갔어야 했다. 그걸 생각하고 다시 들으니 편곡이 아쉽다. 나중에 돈 많아지면 다시 하면 된다.
대단히 마이너 한 취향이 아닌 이상, 비전공자 일반인 한 명이 가진 취향이 대중 취향이다. 물론 다음 곡은 내 맘대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