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이드에게 사주를 대략 설명해 주었다. 이 친구는 '너 음, 양이 뭔지 들어봤니?'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걸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재밌었다.
사주에서 먼저 '나'를 나타내는 글자 '일간'을 살핀다. 나와 동생, 제이드는 일간이 을목이다. 을목은 작은 나무, 덩굴, 꽃을 뜻한다. 덩굴이 어디서든 잘 자라듯, 적응력이 뛰어나고, 꽃처럼 섬세하고 예술적이다. 나랑 똑같은 목기운을 가진 사람들 좋다. 사실, 금을 제외하곤 다 좋아한다. 금 일간을 만나면 앞으로 도망가기로 다짐했다. 쇠도끼가 나무를 베듯, 금 일간으로부터 상처받을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빠는 임수 일간이다. 임수는 큰 바다다. 누가 봐도 바다와 같은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 맞다. 그래서 일간만 봐도, 사람 성향의 큰 틀을 알 수 있다. 무토는 큰 산이다. 무토에게 차단을 당하면, 산을 들어다 옮길 수도 없고, 고집이 정말 강하고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라서 방법이 없었나 보다. (자기감정 표출도 잘 안 하고 고독한 사주를 지녀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빠나 제이드는 보면, '잘 맞으니까 잘 지내고 있는 거겠지.'하고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걔 덕분에 공부가 엄청 되었다. '내가 민폐였나. 내가 걔 기운을 뺐었나.' 싶어서 보니, 전혀 그렇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귀인이고 생해주는 양상이다.
사주로 진로 적성도 알 수 있다. 오빠는 화 기운이 매우 강하다. 화는 예술이다. 나도 화 기운이 강하다. 그래서 이 부분이 겹치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제일 신기했던 건 뭐니 뭐니 해도 토, 목 기운 강한 애가 토목공학과였던 것이다.
타로와 다르게 사주 공부는 지루하고 어려워서, 임상이라도 많이 쌓고자 일진을 기록하고 있다. 사주 달력에서 오늘 일진을 살피고, 하루 동안 일어난 특이사항을 메모장에 적는다. '겁재' 기운이었던 날은 계속 짜증, 분노 폭발하는 양상을 확인하여 앞으로 '겁재' 날에는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도록 마음먹었다. 또 '식상'이 든 날에 음악 관련 일정이 잡히면 좋다. '식상'은 자기표현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근래 타로보다 사주에 더 꽂히게 된 이유는, 타로는 내게 너무 중요한 질문이면 카드가 정확히 뽑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주는 이미 태어난 시각이 정해져 있고, 일진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감정 때문에 해석이 흔들릴 걱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