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타로를, 친구는 점성학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각자 분야에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주었다. 엊그제 통화에서 마침 별자리 이야기가 나와서 글을 쓰게 되었다.
흔히 "너 별자리 뭐야?" 할 때는 '태양 별자리(Sun Sign)'를 말한다. 내 생일은 8월 11일로, 사자자리이고 친구는 11월 8일로, 전갈자리다. (생일이 반대라 재밌다.) 별자리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달 별자리, 상승궁 같은 것도 있는데, 정밀한 차트를 봐야 안다.
별자리 종류는 물, 불, 공기, 흙으로 나뉘는데, 이번 게시글에선 물과 불만 다룰 것이다.
불 별자리 : 양, 사자, 사수
물 별자리 : 물고기, 전갈, 게
신찬성은 물고기자리다. (오늘부터 웹소설에 썼던 가명으로 부르기로 했다. 내가 나이도 한 살 어린데, 계속 '걔'라고 부르는 게 전부터 찔렸는데 선뜻 이제 와서 바꾸기가 어려웠다.) 고로 친구와 신찬성 둘 다 물 별자리다. 물 별자리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술적, 직관적이고 타인의 감정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NF다. 그런 면에서 나와 비슷하다.
사자자리는 정말 사자처럼 용맹해서 도전적이고 열정 넘친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 적성에 맞는 직업으로 각종 예술 계통, 배우, 가수, 모델 등이 있다. 예술적이고 무대 체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 별자리들은 감정을 묻어두려는 회피 성향이 강하다. 그러니 강렬하게 자기 표현하는 사자자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해한다. 불은 바로 표현하는데, 물은 피하거나 삼킨다. 불은 대담하지만 물은 애매해서, 내 입장에선 상대의 속을 알 수 없고 답답할 수 있다.
그런데 친구와 신찬성 둘 다 달 별자리가 '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신기했다. 달은 무의식, 감정을 뜻한다. 그래서 달 별자리는 그 사람의 무의식이 뭘 원하는지, 가장 깊이 숨겨져 있는 성향이 나온다.
그 말은 즉, 이들의 무의식에는 나처럼 되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내가 그렇게 자신감 있게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모습, 열정 넘치게 무언가를 계속하는 모습, 재고 따지지 않고 그냥 돌진하는 모습을 보며 이 두 사람들은 '아.. 쟤는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난 저렇게 못하는데. 나도 저럴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친구도 물 별자리이니 조용히 흐르듯 살아온 친구다. 같이 대학 다닐 때는 내내 랩에서 일했고, 지금도 엔지니어들과 일한다. 그런데 내가 여기 가자 저기 가자 막 제안하고, 사주, 타로와 점성학 이야기도 계속 인풋을 주고, 글 쓰고 삶을 살아가며 얻는 깨달음들을 많이 공유한다. 내 하루하루와 인생을 보면 흡사 드라마나 뮤지컬을 보는 것 같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 아이디어, 정보, 열정을 전해주는 것이 장착되어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은, 이 친구의 달 별자리가 사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해 준 것이 아닐까.
문득 신찬성은 물고기라, 사자의 포효 소리를 듣고 '아오 시끄러'라고 하며 쫄래쫄래 헤엄쳐 피하면서도, 멈춰서 저 멀리 사자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슬쩍 바라보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안 그래도 물과 불은 서로 다른 에너지라 서로를 자극하고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인데, 내가 그들의 무의식 속 사자자리의 모습을 이해한다면 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도 물처럼 흐르는 힘을 배우게 될 거다. 일단 신찬성은 곁에 없으니, 친구 무의식 속에 있는 빛나고 싶고 용기 있어지고 싶은 마음이 더 떠오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