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달도 남지 않은 영국 방문 계획을 슬슬 세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2주다. 지금까지 8월, 12월, 5월, 세 번을 가는 동안 일주일씩만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제발 이틀만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 매번 일주일 동안 빡센 스케줄을 보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계획을 세워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눈을 감고 '진짜로 무엇이 하고 싶나' 떠올렸다. 별 게 없다.
- 공연하기 2회 : 한 번은 아쉽고, 세 번은 많다. 딱 두 번이면 친구도 둘 다 올 수 있을 거 같다.
- 뮤지컬 보기 : 뮤지컬을 너무 안 봤다는 아쉬움이 있다. 2주면 후반부로 갈수록 발바닥이 아파서 쉬고 싶어질 게 분명하다. 그때 봐야지.
- 친구랑 펍 가기 2회 이상 : 그게 제일 하고 싶다. 이건 한국에서도 브리티시, 아이리시 펍 찾아서 가면 될 텐데, 그냥 갈 수 있는 친구가 영국에만 있을 뿐이다.
간단하다. 저 세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12월엔 딱 '졸업식만 즐겁게 하고 오기'였다. 5월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많을수록 그것이 다 충족되지 않는다.
내가 영국에 가고 싶은 이유는 결국,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영국 길거리와 펍 분위기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냥 사방이 외국인이고 영어 쓰는 그 환경 자체면 된다. 공원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
주의사항은 딱 하나다. 소튼 숙박 금지, 소튼 기차역도 금지다. 지난 3번의 방문을 생각하면, 징글징글하고 머리가 빙빙 돌아 토할 거 같다. 8월은 여기 사는 거 알고, 12월은 졸업식에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고, 5월에야 깨달았다. 이제는 여기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실하게 아니, 정말이지 기분이 이상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재만 남은 곳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달까. 그 공허함, 쓰라림, 씁쓸함, 아쉬움, 슬픔이 전부 섞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밤에 혼자 걷는 일만 안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낮에도 똑같았다.
그래도 5월은 앨범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추억 팔이가 허용되었다. 타이틀곡 비공식 뮤직 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목적도 있었고, 아일 오브 와이트도 또 가고 싶었다. 학교 수업 청강도 '하고 싶은 일' 목록 중 제일 위에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9월이면 2년이다. 너무도 벗어나고 싶다. 한 번만 더 거기서 본인 자작곡 들으면서 걸으면, 스스로를 향해 'PATHETIC!' 할 거 같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교수님도 한 분 계시고, 학교만 방문할 것이다. 사우스햄튼 센트럴 기차역은 아예 발 디딜 일이 없다.
방금 학교에 이메일도 보냈다. 졸업생 홍보대사 관련이다. 지난번엔 7군데에 보냈는데, 원래 아는 교수님 한 명만 챙겨주고 수업 청강할 수 있는 것도 연결해 줬다. 학교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도 답장을 안 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이메일이고, 만일 답이 없으면 원래 아는 교수님에게 이야기해 볼 거다. 방문 시기가 딱 9월 학기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호텔 4박에 61만원을 결제했다. 그것이 가장 납득할 수 있는 런던 호텔 숙박 비용이었다. 숙박비를 보아하니, 친구 집 소파에서라도 자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