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음악과 가고싶은 너에게

by 이가연

나는 과연 원하던 실용음악과 입시에 실패하고 우울해하는 학생에게 뭐라도 말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10년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다.




사실 흔히 하는 대학이 다가 아니라는 말 속에는 안타깝지만 전공해도 전공 살리는 사람이 극도로 적어서 그래. 누가 끝까지 음악할지 아무도 모르거든.


'나는 그냥 평생 음악을 할 사람이다.' 이 생각 하나만은 확실하면 돼.


입시 끝난지 10년이 지난 난, 왜 그렇게까지 그 학교에 꼭 가고싶어서 애썼나 참 안쓰러워. 다녀본 적도 없는 그 학교가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막상 붙어서 다녔는데 불행하면 어쩌려고. 반수도 하고 편입 시험도 보고 수험표 모아보니 한국 대학 입시만 20번을 봤더라.


그런데 그때 나를 이겼던, 그 학교들 붙었던 애들이 지금 뭐하고 살고 있을까. 실용음악과 졸업하고 전공 살리는 사람 1%야. 10년 뒤에도 음악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누가 실음과 나와서 흔히 망하는 루트로, 싱글 한두곡 내고, 유튜브 좀 끄적거리다가, 다 반응 없어서 포기하는 거라더라. 그렇다면 이제는 그 학교 나온 애들이 오히려 나를 부러워할 수도 있어. 꾸준히 음악을 붙들고 있으니까.


진짜 끔찍한 게 뭔 줄 아니. 나도 서경대 500:1, 한양대 400:1 이런 숫자가 제일 끔찍한 건 줄 알았어. 그렇게 경쟁률 뚫은 사람들이 대학만 졸업하면 설 무대가 없는 게, 할 일이 없는 게 정말 아찔한 일이야. 그 경쟁률을 뚫은 재능 많은 사람들이 대체 왜.


지금 당장 원하는 대학 입학하는 것과, 당장 대학을 못 가더라도 좋은 소속사 만나서 안정적으로 음악 활동하는 것 중에서 뭐가 더 하고싶니? 너 지금 돈이 100억이 있어. 그래도 대학이 가고싶니? 나는 100억이 있어도 지금처럼, 물론 지금보다 훨씬 퀄리티 있게 하겠지만, 앨범을 내고 홍보하고 공연할 거야.


사람마다 가장 원하는 건 다 다르지. 나는 항상 해외 나가고 싶었어. 단순 유학이 아니라, 이민을 가고 싶어 했어. 정녕 영국에서 유명한 가수로 성장하고 싶었으면 무조건 런던으로 갔어야지. 그래야 하다못해 어느 펍에서 공연을 하든, 관계자 눈에 들 기회가 생겼겠지. 그런데 내가 중요시했던 건, 장학금을 받아서 장학생으로 간다는 사실과 세계 대학 랭킹이었어. 학비가 사우스햄튼이 4천만원, 런던이 3천만원인데 내가 장학금으로 천만원 가량 받았으니 학비도 비슷했어. 나는 그 '장학금 받았다'는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거야.


그리고 난 동생이 대학에 입학했던 그 순간부터 열등감에 시달렸어. 왜냐. 어릴 때 공부하던 걸 바탕으로 하면, 쟤가 고대 갔으면 난 서울대 갔어야 하거든. 어릴 때 내가 동생보고 하도 산만하고 공부 안해서 "쟤 ADHD 아니냐"라고 했을 정도였어. 나였다만. 그래서 난 사우스햄튼이 고대랑 세계 대학 랭킹이 비슷하단 걸 보고 '이제야 오래 묵었던 나의 학벌 스트레스가 풀리는군' 싶었어.


그런데 거긴 런던이 아니지. 한마디로, 런던에서 정말 '뮤지션'으로서 자랄 수 있는 기회와 겉으로 보여지는 게 올라가는 거 중에 선택한 거야. 학교 가니까 막 2020년에 영국 음대 중에 1위했다고 건물에 써있더라. 난 그런 게 중요했던 거야. 그런데 내가 만일, 그 심리 문제를 해결했었으면 어땠을까. 후자를 따라갔단 건 결국 어린 시절 결핍과 인정 욕구 같은 문제 때문이거든. 아무리 사우스햄튼이 런던까지 기차 타고 1시간 20분 거리였어도, 그거는 외국인이 케이팝 스타 되겠다고 한국 왔는데 그게 대전인 셈이야. 이야 완벽한 비유였다. 진짜 대전 같은 도시였어. 학교로부터 그 어떤 공연, 오디션 기회도 얻지 못했어. 그런 부분에선 너무 실망을 많이 했어.


내가 원하는 것 중에 딱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와. 나는 런던 갈 수 있는 기회와 겉으로 보여지는 게 멋진 거 중에 후자를 택했지. 그 선택을 후회 안 하게 된 건, 거기서 뭔가 성취를 많이 이룬 뒤 일이야. 뭔가 후회가 될 땐, 그걸 잊을 만큼 성취를 쌓는 것도 방법이겠다.


너가 지금 대학에 가길 너무너무 원하는 그 이유가 뭘까. 그 뒤에는 어떤, 어쩌면 정말 구릴 수도 있는, 심리가 숨어져 있을까. 사람들이 나에게 노래 못한다고 해서, 대학에 붙으면 그 사람들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다 이런 거일수도 있고. 난 부모고, 실용음악 학원이고, 입시하면 안 된다고 노래 못한다고 그런 말들을 너무 많이 해서 '강한 분노'가 그 동기였어. '분노'가 결국 성취와 성공을 끌어다주긴 하는데, 그러면 그 과정에서 머리털 다 뽑힌다...


어느 순간 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게 결국 내 인생에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싶더라고. 그럼 내 선택들은 그거에 따라서 움직여야해. 그래서 지금도 난 '앨범 발매하고 SNS에 홍보하고 공연하는 것' 이거 외에는 다 부가적인 거라 생각해.


경험상 '내가 지금 100억 있다면?' 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제일 효과 좋더라. 지금 난... 여권 들고 공항부터 갈듯.

매거진의 이전글챗GPT 연애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