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으로 생생한 악몽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힌다.
ADHD 약을 먹지 못하는 이유도 수면 중 소리를 악 지르고 일어나서 그 생생한 악몽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증상은 우울증 약을 먹어도 같았다. 다만 우울증 약은 아침 9시 전에 먹기로 해결책을 찾았다. 그랬더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이번에 우울증 약을 바꾸게 됐다. 그만 '이번 약도 아침 9시 전에 먹어야 되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내가 두 번 소리 질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뭐라고 질렀는지는 모르지만 "악" 소리를 냈다는 그 느낌이 있다. 지금껏 한 번도 두 번 지른 적도, 일어났는데 눈물이 막 나고있던 적도 없었다.
그 눈물이 정말 한참을 흘렀다. 꿈에서 나는 112에 '여의도자이 XXX동 XXXX호'라며 정확히 지금 사는 집 주소를 부르며 신고하고 있었다. 꿈의 맥락이 항상 같다. 악몽의 주제가 늘 나의 가장 깊은 아픔과 트라우마다.
병원에서는, 어릴 때, 즉 실제 있었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 꿈에서는 내가 그렇게 '행동'을 하고있기 때문에,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설령 그렇다한들, 평소에 생각도 안 하는 과거의 가정 폭력 트라우마가 꿈에 나와서 소리 지르고 울고 있으면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 벌써 세 약이 똑같은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
'넌 그러고도 그 112 신고하게 만드는 대상과 닮은 신찬성이 좋으냐. 니 이거 결핍이야. 똑같은데 걔는 잠깐 따뜻했던 거야. 근데 걔도 말로 엄청 상처주지 않았니. 그거 아무렇지 않아하는 게 사랑이 아니야. 지금 영혼에 새겨진 상처가 딱 두 가지인데 방금 꿈에 나온 거랑 걔네.'
알고 있었는데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생각도 또 든다. 분명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보호자처럼 느끼는 감정이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타지여서 그랬던 게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란 걸 내가 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갔는데 엄마가 날 손으로 밀어냈다. 얘기하면 위로해줬으면 달라졌을텐데, 이러면 꿈에 나온 트라우마가 지금도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는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2차 상처다.
진심으로 울며 기도했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우울증 약을 먹기 전에도, 일 년에 몇 번은 그렇게 자다가 악 소리를 질렀다. 다만 지금처럼 꿈을 기억하진 못했고 그 빈도수가 낮았기 때문에 이건 약 부작용이다.
제발 그럴 때 옆에서 누군가 안아줬으면 좋겠다.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 어디 없나'도 아니고 스스로 극복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