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엔 작은 일도, 더 즐겁고 기뻐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감정을 깊게 느끼기도 하고, 뒤에 숨겨진 그동안의 어려움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아이들 검정고시가 다음 달이라, 지난 수업부터 노래가 아닌 영어 검정고시 대비를 봐주고 있다. 분명 공부를 엄청 안 하는 아이인데, 내 수업은 편하고 재밌게 느끼는 거 같았다. 내가 ADHD인 선생님이라서 눈높이가 맞아서 더 좋은 게 아닐까 싶었다. 유머 욕심이 있어서 내가 웃길 때마다 기분이 좋다. 1시간 수업 동안 기출 문제만 풀었음에도 많이 웃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제 잠도 설쳐서, 오전 11시 수업이라 침대에서 일어나서 세수하기도 힘들었다. ADHD에 우울증이 겹치면 어떻게 되는지 매우 실감하고 있는 요즘인데, 봉사 활동은 사실상 안 가도 된다. 하지만 일단 가면 즐거울 걸 알아서 가게 되고, 그 예상이 적중한다. 당장 일이 없기 때문에, 봉사 활동에서 아이를 가르치며 얻는 즐거움이 특히 클 수 있다. 나는 늘 무대, 음악 다음으로 아이들 상대하는 일이 잘 맞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저녁엔 새로운 일본어 튜터를 구해서 첫 수업을 들었다. 상담사 찾기도, 외국어 튜터 찾기도 다 어렵고 돈을 많이 날려왔다. 이미 영어고 한국어고, 나와 안 맞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과 알게 되는 일을 막을 수가 없다. 오빠도 한국인 피해서 영국 왔는데 더 환장해있을 때 알게 된 사람이다. 꼭 그렇게 벼랑 끝에 서있을 때 하늘이 뭔가 내려준다는 걸 믿는다.
미리 내가 질문 받는 걸 싫어하고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고민한 이유는, 이 말을 미리 메시지로 보내도 질문밖에 안 하는 튜터도 여럿 봤기 때문이다.
역시 상대방이 5분에 한 번 질문한다고 해서 내가 확 싫어지는 게 아니다. 그건 자연스럽다. 병원에서도 확인 받았던 것처럼, 취조하듯 질문을 다다다했던 그 사람들이 잘못됐던 거지, 내가 잘못이 아니란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싫다고 표현하고 노력을 해도 안 돼. 도대체 뭐가 문젤까. 노력해도 안 된다는 그 좌절감이 더 힘들다.'라는 생각이 매우 괴로웠는데, 되는 걸 보고 너무 반가웠다.
일본어를 하면, 한국어와 영어보다 톤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걱정이 많았던만큼, 30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가자 정말 행복해졌다. 과거 2022-23년 무렵에 잘 맞는 일본어 튜터가 있었는데, 영국에 있던 동안은 일본어를 쉬었다. 그 분이 그만 두셔서 작년에 몇 번을 다시 찾으려 시도해도 맞는 튜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순간순간 내가 느끼는 그 즐거움과 행복이 참 귀하고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봉사 활동도, 외국어 수업도 전부 내 심리 치유 목적이다. 나만의 방법이다.
감정을 깊이 느끼는 것, 자잘하게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모두 참 힘든 부분들이지만, 그만큼 더 큰 행복과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간만에 신찬성 안 나오는 글을 써서 그게 제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