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상태가 아니다. 우울증적 사고를 갖게 되어, 상담사와 의사는 그 사고를 부수는 말을 던지게 된다. 이젠 내가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다.
돈을 못 벌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ADHD가 있고 당장 돈 안 벌어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 집에 감사하다. 가끔 만일 우리 집이 망한다면 나는 방문 학습지 선생님을 하면 된다고 했다. 주5일 앉아있는 사무직 아니고, 무엇보다 애들 가르치는 일이고, 나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다 되기 때문이다.
: 이야, 나는 설령 집이 망하더라도 다 계획이 있구나. 아무도 망할 거라고 생각 안 하는데 상상력도 풍부하네. 앞으로 별 쓸데 없는 생각이 머릿 속을 잠식할 때마다 '상상력도 풍부하네' 해야겠다. 얼마 전에는 상상 속 시어머니가 싫어서 이민 가는 생각을 했다. 이거는 '어떻게든 해외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구나!'하며 다 나의 장점으로 봐줘야겠다.
나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주5일 일하는 것도 앉아서 하는 일이라면, 당장 먹을 거 없어도 못 하겠다. 누구랑 막 매일 일적으로 소통할 필요 없이 정말 작가처럼 재택 근무면 가능한데, 누군가 옆에 있는 사무실이라면 불가하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그렇게 매일 3시간 이상 나가있는 거 못하겠다. 일주일에 1번 정도 가능하다. 성인 되고 평생 그랬다. 이게 체력과 의지의 문제가 아닌데, 아무리 봐도 감각 과부하와 민감성이 극심해서인데, 그동안 나 스스로도 억울했다.
: 지금 나한테 넌 왜 그러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 머릿 속에서 자꾸 가상의 비난자를 만들어내어, 설명해야된다는 의무감이 내려놔지지를 않는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이해를 못할 것이다"라는 우울증적 사고가 숨어있다. 일단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고, 오빠는 '친오빠가 아님에도' 나를 확실하게 이해한다. 지구 상에 한 명이라도 나를 제대로 이해하면 됐다.
일주일에 한번 일하는 것도 내가 욱해가지고 다 차단한다. 한마디로 무단 퇴사다. 그럼 받을 돈도 못 받는다. 한국에 나에 대해서 누가 보증해주고 좋은 소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영국에만 교수님 있다. 얼마나 학생대표도 하고 좋았는데, 한마디로 폭발만 안 하면 그렇게 평판이 좋을 수 있는데, 한국이 나를 너무 너무 억울하게 한다.
: 못 받은 돈이 한 2백만원이었으면 안 그랬을 것이다. 금융 치료가 안 됐던 것이다. 어차피 그만 두고 싶었는데, 조금 더 과하게 그만두게 된 것뿐이다. 다 이유가 있었다.
한 명도 없다고? 직접적으로 없어서 그렇지, 유튜브 구독자,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 들어주는 사람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좋아요 눌러주는 사람들, 많지 않을까. 이것이 우울증적 사고다!
그래서 그토록 영국에서 돌아온 걸 후회했다. '지금이라도 나가면 되잖아'가 안 통하기 때문이다. 졸업하고 최장 2년을 영국 집 값(약 월세 25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었기 때문에, 나는 생활비로 쓸 학교 출강 강사직 하나만 제대로 구하면 됐었다. 일주일에 하루이틀로 시작해서 늘려가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은 원래 집보다 두 배 넓은 여의도로 이사 오고 아무래도 집안 사정이 달라졌다. 영국 워홀이라도 가려면 9to5 계약직을 구해야하는데, 그건 절대 못하겠다. 그래서 돌이킬 수가 없어서 후회막심한 거다.
: 지금 9월에도 2주 갈 돈 있고, 내년 2월에도 또 갈 생각이다. 그러고는 또 내년 여름까지도 갈 돈이 있다. 최소한 내년 여름까지는 기절하지 않고 살 수 있다. 당연히 계속 이런 식으로, 영국 창원 영국 창원 패턴 보이면서 살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 영원할 것 같은 것도 우울증적 사고다. 딱 1년 이랬다. 앞으로 1년은 완전히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