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무대를 많이 남기고 싶다. 그래서 왜 자꾸 공연팀 모집에 떨어지는지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면 어떨까 좀 찾아봤다. 내 영문 이력서는 영국에서 다섯 번을 첨삭받았다. 그런데 한국 공연 지원서는 한 번도 첨삭받아본 적이 없다. 누구에게 받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래 실력이 부족해서 공연팀 지원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팝페라, 아카펠라, 국악, 마술, 댄스 등 각종 다른 분야 팀 사이에서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 어필이 되어야 하는데, 어렵지만 계속 할 것이다.
일단 9월 영국 갔을 때 최소 3번 이상 펍에서 공연하려고 알아봐 뒀다. 런던과 워딩은 친구가 와주기로 했고, 본머스는 혼자 갈 거다. 그다음엔, 겨울쯤 여행이 또 가고 싶어 질 테니 일본 생각 중이다. 그다음도 마카오와 같이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안 가본 곳에 가서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싶다. (영국 강박에서 벗어나서 그 돈으로 일본 세 번을 갈 수 있다 유후)
'2022년'을 떠올리면, 3월이 어땠는지 4월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사진첩을 봐야 기억날 거다. 그렇게 월별로 기억나는 건, 2023년부터다. 2022년을 떠올리면, 6월 말에 처음으로 혼자 외국 가서 LA에서 일주일 동안 음악 캠프를 잘 마치고 마지막날 무대한 것, 할리우드 거리가 참 마리화나 냄새는 나도 꿈만 같았던 것과, 11-12월에 2주 스페인과 런던 갔던 게 떠오른다. 나머지는 일주일에 두 번씩 초등학생 방문 레슨 했던 거, 혼자 원룸 살았던 거, 슈퍼주니어 콘서트 갔다오고 코로나 걸렸던 거 정도 기억난다.
2023-2024년 영국에서 지낸 시간은 아마 5년, 10년이 지나도 월별로 기억할 거다. 하지만 한국에서 평범하게 지내는 이런 시기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때 뭐 하고 지냈더라'싶을 거다. 2022년을 떠올렸을 때 그러하듯, '2025년'하면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무대/앨범'과 '여행'이 떠오를 것이다. 나머지는 어차피 기억에 중요하게 남지 않는다. 그게 내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일도 사람 관계도, 꼭 필요한 데에만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제 좀 잘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 에너지를 더 아껴줄 거다. 지난번 강릉 무대, 매주 가고 있는 봉사처럼 꼭 필요한 곳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