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형은 또라이다"라는 말은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 4명 다 AB형이다"라는 말을 하며 '탈룰라'라는 말이 없던 시절에도 혼자 피식했다. 다른 혈액형은 다 안 믿는데, A형이 소심하다는 소리도 안 믿는데, AB형은 또라이가 맞다. 확실하다. 혈액하고 뇌는 전혀 상관없으니 말이 안 될 거 같으나, '혹시 AB형이 ADHD가 많은 건 아닐까' 싶어서 찾아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역시 나만 한 생각이 아니다. 'Correlation between ABO blood type gene and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in children'(혈액형과 ADHD 어린이와의 상관관계)라는 아티클을 발견했다. 'O형과 A형 유전자가 있을 경우 ADHD 위험이 높아지고, B형 유전자가 있을 경우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하는데, '그럼 AB형은 둘 다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싶었다.
다른 아티클에서는 'O형이 가장 많다'라고 했다. 이게 아닌데. 그럴 리가.
내가 AB형에 대한 확신이 생긴 계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 AB형 인구는 약 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잠깐 예고 다닐 때, AB형 손들어보라고 했을 때 반에서 절반이 손을 들었다. 정말 또라이들 집합소였다. 그 아이들이 지금 다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만, 그 끼를 펼치지 않고 살면 병난다. 한 명 한 명 다 개그맨 같았다.
포기하지 않고 그렇다면 'AB형과 정신 질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기분 장애에 있어서 O형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혈액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AB형 지정 헌혈을 요청하는 글을 종종 접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AB형 헌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예전에 혼자 헌혈하러 갔다가 부적격이 나온 경험이 있다.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해보자고 해서 쟀는데도 부적격이라 그냥 집에 와야 했다. 하긴 가끔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거 같고, 몸살로 병원 가서 혈압 쟀을 때 최저 50 나왔던 적도 있다. 헌혈은 무리다. AB형 화이팅.
글을 쓰고 나니 깨달은 사실인데, 아빠 ADHD, 딸 ADHD, 동생도 그런 끼가 다분히 보이고, 엄마가 그나마 낫지만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 4명의 공통점이 AB형이다. 그래서 AB형이 또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