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중대한 변화가 정말 금방 올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원래는 영국 오빠와 친구, 이 두 명이 나의 친구 관계를 꽉 잡고 있었다. 일본인 언니는 거의 한국 올 때만 연락을 주고 받는다. 이 둘만이 하루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영국인 친구와는 내 마음속에 완전히 벽이 쳐져서 기존과는 다르게 흘러갈 것이고, 영국 오빠는 지난 한 달 동안 세네 번 장문의 카톡 편지만 오게 바뀌었다. 물론 오빠는 일시적이긴 하다. 기존 관계의 틀이 변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신호다.
외부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확 증가하였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꽉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렇게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엄청 자괴감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사실은 진작 더 논리적이고 확실하게 뭐라고 했어야 할 일이다. 그동안 상대에게 세게 말하지 않은 것이 나를 아끼지 않는 행동이었다. '역시 나는 폭발한다'가 아니라, '이제 나는 나를 아낄 줄 알게 되었구나'로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내가 사람을 대하는, 일을 대하는 기준이 확고해졌다. 예를 들어, 봉사도, 봉사인데 그렇게 대하는 곳은 나는 안 간다고 문자로 뭐라 하고 차단한 적이 있다. 사실 전 같았으면 별 일이 아니게 치부했다. 내가 나를 비싸게 취급해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대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참 사람들에게 매달린 꼴이었다. 분노한 각각의 폭발점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나를 좀 쳐다봐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지 왜 그랬어!'였다. 그럴 가치가 없는, 내 에너지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랑' 매거진이나 ADHD 관련 글들을 보면, 원래도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침없었지만, 지난 한 달은 몇 단계는 더 앞섰다. 이보다 더 날 것을 드러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것 역시 자기애가 뒷받침하기에 가능하다.
인간관계와 외부 환경에 대한 기준이 확고해지고, 거침없는 표현이 터져 나오고, 뭔가 스포츠카의 엔진이 단단히 끓고 있는 느낌이다. 출발 신호만 떨어지면 미친 속도로 질주할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