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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운이 들어올 때 징조

by 이가연

사주에서 대운이란, '엄청 큰 좋은 운'이 아니라 '10년마다 바뀌는 운'을 뜻한다. 당연히 그 10년 운이 좋게 바뀔 수도, 나쁘게 바뀔 수도 있다. 좋은 대운이 들어올 때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힘들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나는 지난 1년이 그러하였다. 그렇게 운이 바뀌는 중이라 불안정한 시기를 '교운기'라 부른다.


나는 2025년부터 새로운 10년이다. 2025년이 딱 되었다고 갑자기 확 좋아지는 게 아님을 알고 있었어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생일 지나면 내가 체감할 것이다' 믿고 있었다. 이것이 사주 타로를 공부하면 좋은 점이다. 스스로 지금 어떤 시기인지를 안다.


교운기 때 중요한 사건, 만남, 거주지 이동, 직업 변화, 기회와 도전이 들어온다. 대운과 대운 사이에 끼어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불확실하고 혼란스럽고 정착보다는 준비의 시기와 같다. 내 거주지부터 상당히 불안정했다. 이랬던 적이 살면서 없다. 작년 6월에 영국을 나와서, 이 집, 저 집 1주일씩 옮겨 다니며 힘이 다 빠졌다. 그러면서 혼자 살 집 보러 다니는데도 다 지쳤는데, 애써 구한 집도 소음 때문에 한 달 살고 나오고, 본가로 들어갔다. 얼마 뒤엔 본가가 여의도로 이사를 갔는데, 내 방 소음 때문에 잘 때만 겨우 들어갔다.


얼마 전 동생과 방을 바꿔, 지금은 아주 살만 하다. 영국 기숙사도 소음만 아니었으면 더 있었을 거 같으니, 정말 거주지 운이 지독하게도 없었다. 2023년 9월 이후로 이제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도, 좋은 운이 드디어 찾아왔다는 신호다.


올초엔 ADHD 진단을 받았다. 그건 내 인생을 바꿔놨다. 영국 학교에서 장애 유무 물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없다고 체크했는데, 진작 진단받았으면 거기 '신경 다양성' 체크했으면 된다. 올해 내가 결혼을 하지 않는 한, 가장 큰 사건은 ADHD 진단이다. 아무리 상담받고 훈련해도 안 되던 게,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하고 말과 행동이 다르고 이상하던 게, 전부 ADHD 증상이었다는 걸 벌써 안 지 8개월이 지나가는데도 아직 적응 중이다. 2015년 고3 때 처음 정신과에 간 이후로, 수많은 병원을 가봤다. 그전 10년 대운은 별로였던 거다. 지금 병원을 만난 거 자체가 좋은 운의 시작이었다. 덕분에 내 안에 뿌리 깊던 자기혐오와 자책이 내려갔다.


이제 내게 우울증은 감기다. 조짐이 보일 때 얼른 병원에 가서 약 받아오면, 2주 먹으면 바로 괜찮아진다. ADHD와 우울증은 절대 만나선 안 된다. 그럼 파국이다. ADHD는 아직 약 해결책이 안 나왔지만, 적어도 우울증 대처는 확실하게 세워졌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나의 도전과 열정을, 우울과 무기력에 방해받지 않고 펼쳐 나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치관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올해 500편에 달하는 브런치 글을 쓰며, 내면이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더 이상 그냥저냥 스쳐 지나가는 남자와 여자에 관심이 없고, 내 에너지가 소중히 쓰이는 만남과 기회에만 관심이 있다. 누구도 부술 수 없는 사랑과 태도, 가치관이 생겼다.


앞으로의 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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