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친구가 두 번째 석사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또 한 번 무진장 부러워졌다. 역시 '이래서 또래 친구는 없는 게 좋은 거구나' 하고도 느꼈다. 영국 오빠가 아무리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여도 질투나지 않는 이유는, 나보다 10살 많기 때문이다. 나도 어차피 그렇게 될 걸 안다. 하지만 또래였으면 친구 사이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석사 두 번은 예나 지금이나 정확히 내가 원하던 바다. 그 친구가 두 번째 석사 계획을 밝혔던 작년 봄부터 부러웠다. 그것도 런던에 있는 유명 음악 학교였다. 내가 너무 살고 싶은 인생인데, 석사를 두 번 할 돈은 없으니 나는 일을 해서라도 런던에 남고 싶었다. 한국 돌아와서 1년 동안 다 쭈그러진 쭈그리처럼 사는 동안 그 친구는 석사를 한 번 더 마쳤다는 실감이 확 나니 슬퍼졌다.
물론 그와 동시에 '내가 어때서. 내가 낸 영국 책하고 미니 1집 합치면 석사 학위 하나에 버금간다고 막 그랬잖아. 맞잖아.'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내가 진짜 원하던 건 그 중국인 친구가 이룬 거니까.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내가 명확히 가고 싶은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막연히 제발 런던에서 석사 한 번 더 해서 돈 벌 필요 없이 편안하게 학생으로 있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그 생각을 1년 반을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부러울 일이다.
그런데 나는 안다. 그 학교 졸업하면서, 이게 내 마지막 학교라는 생각은 추호도 안 들었다. 이건 걔와 연결고리가 안 끊겼다고 느낀 것과 똑같다. 둘 다 확신한다. 그래서 그 친구가 벌써 석사를 두 개 딴 것이 부러울 뿐, 어차피 나도 또 학교가 생길 걸 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한 마음' 그뿐이다. 첫 유학도 얼마나 늦어졌었나. 2016년부터 학사 유학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2023년 석사 유학으로 갔다. 그러니 두 번째 석사든, 박사든, 언제가 될지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 전혀 나이 제한이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나는 동안인데다 언어도 잘해서 애들이랑 잘 어우러질 거다. 박사를 한다면 똑같이 퍼포먼스 박사를 할 것이다. 그래야 뮤지션의 본분을 지킬 수 있다. 풀펀딩이라고, 돈 안 든다고 덥석 아무거나 물었다가는 4년의 시간을 거기에 끝까지 투자하지 못한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석사는 갑자기 돈이 생긴다면, 뮤직 테라피를 하고 싶다. 그건 1년 동안 공부해보고 싶다. 한국 ADHD 예술인 협회를 차리고 싶어 하니까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맞다. 중요한 것은 언제 다시 학교에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어느 학교에 들어가느냐다. 마치 결혼을 언제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도 떠오른다. 학사 유학 알아보고 다닐 때에도, 벅참과 안타까움 감정이 막 뒤섞였었다. 계속 마음에 품은 채 차분히 시간을 잘 보내면, 기회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