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의 목적 정하기
12월은 졸업식, 5월은 미니 1집 홍보 영상 찍어오기라는 목적이 있었어요. 목적 없이 방문했던 나라들은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죠. 어차피 살면서 많은 도시, 장소를 방문하게 되고, 그걸 다 기억하고 살기 어렵습니다. 마음에 진하게 남는 건 어차피 단 몇 장면뿐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렇죠.
작년 12월이면 이제 9개월 전인데요. '로마 콜로세움 봐서 신기하고 스냅 사진 좋았어. 베네치아 기대했는데 좀 추웠어도 도시가 특이하고 재밌었어. 졸업식 진짜 최고였어.' 이렇게 세 문장으로 요약이 됩니다. 흔히 한국인은 복장만 여행객이지, 노동자 수준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빡센 일정을 소화한다고 하잖아요. 아마 저는 그 흔한 한국인이 소화하는 일정의 1/3쯤 할 겁니다. 그것도 일주일이면 기절할 거 같아서 이번 제 계획표 상태는 이러합니다.
호텔 체크인과 공항 도착만 적혀있는 수준이죠. 소튼 공연하는 거 말고 나머지는 다 선택사항이거든요. 다른 공연은 '어느 펍에 꼭 가야겠다' 이런 것도 없습니다. 사실 메일 보냈는데 전부 응답이 없기도 하고요. 그냥 훗날 2025년 9월의 영국을 떠올렸을 때, 영국 펍과 공연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2. 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
파리를 두 번 갔는데 한 번도 루브르 박물관 안에 들어가질 않았어요. 유럽에서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런던의 코톨드 갤러리예요. 제가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들 위주로 그림이 있고, 작아서 돌아다니느라 발 아프지도 않고 사람도 거의 없었거든요.
제 특징은 이래요. 사람 많으면 싫어하고, 만 보 걸어도 발 아파서 싫어하고, 외국까지 가서 한국말 많이 들리면 싫어하고, 미술 전시도 호불호가 확고해요. 2시간씩 서점에서 책만 읽기도 하고 그래요. 오전에 나갔다가 점심 먹고 호텔 들어와서 쉬고, 저녁 먹으러 나가서 구경하는 이 패턴을 익힌 이후로 여행이 훨씬 나아졌어요. 저는 그렇게 해야 하루에 그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밖에 있을 수가 있어요. 한국에서 하루에 최대 3시간 외출하는 저인데, 외국이라고 하루 10시간씩 외출하면 기절하거든요.
3. 사진 정리 팁
저는 기차 타고 이동할 때나, 잠깐 앉아서 쉴 때 바로바로 사진을 정리해요. 잘 안 나온 사진을 삭제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요. 워낙 스냅 촬영을 많이 다녀봐서, 200장 찍으면 어차피 훗날 기억에 남는 사진은 많아야 4-5장이란 걸 잘 알거든요.
그렇게 잘 삭제해도 2년 사용한 제 핸드폰에 사진이 거의 만 장이에요. 밤에 호텔에서 쉴 때면, 바로 네이버 드라이브에 업로드해요. 언제 어떻게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타격이 덜하죠. 핸드폰 분실을 대비해서 공기계 하나 챙겨다니는 것도 팁입니다.
중요한 사진은 인화해서 보관해요. 5월 영국에서 일주일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는 11장 인화했더라고요. 잘 나온 사진을 챙기는 것도 참 중요한데, 어차피 남는 건 몇 장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여행을 온전히 즐기는데 더 도움이 되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