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괜찮아진 줄 알았단 말이에요.'했는데 전혀 안 괜찮았다는 걸 깨달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예전 상담사가 방법을 알려줬었다. 바로 '또 그러면 어떨 것 같나' 생각하는 거다. 간단한데, 애초에 또 그럴 것이라는 게 상상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학교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도 보내도 답장을 안 하는 게 정말 화나게 했었다. 특히 최근에 한 명에게 보낸 이메일은, '이걸 답장을 안 한다고?'싶어서 어이가 없었다. 사실 어이가 없던 게 한두 명이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학생을 책임감 있게 대한 사람은 딱 두 명이었다. 딱 두 명이었기에 내 책에 그 둘의 인터뷰만 실렸다. 나머지는 '당연히 답장해야하는' 이메일도 답을 안 했는데, 책에 인터뷰 해달라는 메일을 답장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번 이메일은 아무리 봐도 내용이 무시할 수가 없는데 오겠지?'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분노도 딸려온다. 줄줄이 씹었으니까 이번만큼은 답이 올 거라 기대하게 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씹었는데 앞으로도 씹지 않을까.
'또 그러면 어떨 것 같나'를 적용하면, '메일 씹던 것도 이미 몇 달 전이니까 괜찮겠지.'하는 마음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다. '이 사람 한 번만 더 씹으면 나 진짜 폭발한다'를 그제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5초의 상상만 해도, 내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분명 몇 달 전이니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런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쌓였던 것까지 다 폭발할 내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엔, 돈을 좀 벌고 싶어서 온라인 한국어 튜터 수업을 오픈했다가, 막상 수업 신청 들어오니까 미안하다고하고 취소했다. 이것도 '또 그런 일들이 있어도 괜찮은가' 생각했으면 그럴 일 없었다. 애초에 그만 뒀던 이유는, 무례한 학생들도 많고, 적성에 안 맞았기 때문이다. 나랑 맞는 학생은 아주 극소수였다.
사적인 경우는, 굳이 상처가 됐던 말과 행동을 또 겪어도 괜찮을지 생각하진 않겠다. 괜찮을 리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