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비상식적으로 구니까, 정상적인 10%가 너무 소중하고 없어선 안될 존재로 느껴지게 된다. 나에게 소중한 학교 사람인 그 둘은, 특별히 나에게 잘해준 건 전혀 없다. 그냥 메일을 무시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라고 메일을 한 번도 답장 안 한적이 없는 게 아니다.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무시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정말 학생으로서, 졸업생으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것을 해줬다. 다른 사람들이 비상식적으로 무시했던 거다. 이렇게 되면, 이 둘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생겼을 때 회복이 안 된다.
학교 사람은 비교적 감정 소모를 덜하며 회상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는 난이도 극악이다. 영국에 있을 때만 해도, 나는 정말 이 사람과 한 번 만났을 때 너무 좋았는데, 그 한 번 이후로 연락이 점점 안 되어서 두 번 다시 못 만난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 모른다. 거의 모두였기 때문에, 이성적인 마음의 걔만 그런 게 아니라, 여자인 친구 김연지도 어지간히 진하게 남은 게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10%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 10%에게는 내가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면 어쩌나. 구직으로 예를 들면, 10군데 면접을 보러 가서 단 한 군데만 내 마음에 들었다 하자. 나머지는 "남자친구는 있냐? 결혼 생각은 있냐?" 같은 내 기준에서 완전 한국식, 자리를 그냥 나왔을 질문들을 들은 거다. 그런데 내 마음에 유일하게 들었던 그 한 군데 입장에서는 나 같은 지원자가 많으면 어떡하나.
도무지 괜찮지가 않다. 나는 늘 메일을 기다린다. 그런데 막상 아는 사람으로부터 메일이 오면, 눌러서 읽기가 무섭다. 심지어 영국에서 온, 영어여도 그렇다. 일단 누가 나한테 뭔가 말을 전하려는 것이라면, 딱 영국인 오빠랑 친구 그 둘이 아닌 이상 나도 모르게 방어 자세다. 그 둘은 나에게 상처를 줄 거라는 생각이 티끌만큼도 들지 않지만, 나머지는 안전하다고 못 느끼는 것 같다. (그 둘도 원래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젠 그 시기를 한참 지나왔다.)
참 괜찮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