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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Feb 13. 2024

거절 경험

지난번 지역 네트워킹 모임에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분을 만났는데, 언제 한 번 방송하자고 이메일 주겠다고 명함을 주고받았어도 별 기대하지 않았다. 그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지만, 아무리 그 순간 진심이더라도 일이 충분히 흐지부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커리어에 있어서 거절 경험은 수백 번이다. 기획사, 공연팀 모집, 출판사, 방송국 등 수백 번의 메일에 답이 오지 않았다. 그러니 일 관련해서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마인드가 이미 새겨져 있다. 오늘 라디오 스튜디오 미팅을 가면서도 의식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 내면에는 '뭐 여기만 라디오 방송국인가'라는 생각이 있었을 거다.



살면서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었는데 실패한 경우는 기껏해야 몇십 명 정도일 거다. 몇 년 전부터는, '한 번 만난 거는 아직 친구가 아니다. 아무리 많은 말을 나누고 친해졌다고 느껴도 한 번 만나고 끝나는 경우 너무 많다'라며 세 번 만나기 전까지는 친구 됐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혼자서 머리로만 정리해 놨을 뿐, 아직 실전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반면 커리어는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다고 그 사람 말을 안 믿는 것이 아닌데, 그 기대를 적게도 많게도 하지 않고 딱 적당히 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는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작년에 너무 제대로 믿었다가 크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도 하다. 인간관계보다 커리어에 있어서 실패 및 이를 통한 성장 경험이 더 많다.


또 이유가 더 있다. 일의 경우, 그쪽 여건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상황 봐서 다음에 기회가 올 수도 있고 내 잘못이 아니라, 내가 거부당한 것이 아니라, 내 뮤지션/선생님/학생/작가 등 내 안의 다른 자아가 그쪽과 맞지 않았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는 나라는 인간 자체가 거부당한 느낌을 받으니 힘든 것이다. 


'상대방의 상황이 지금 안 좋을 수도 있지, 나중에 친해질 기회가 닿을 수도 있지, 뭐 쟤만 친구인가'라는 생각을 아직은 의식해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일처럼, 거절 경험이 더 쌓이면 그때는 노력하지 않아도 조금 더 자연스러워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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