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욕구를 알기란 참 어려운 세상 아닌가.
문득 오빠가 꿨다는 꿈을 생각하다가 든 깨우침이다. 비록 나는 결혼을 하게 된다 한들, 신랑신부 입장 5분, 신부 측 공연 50분, 결혼 서약 5분이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다 내가 마지막으로 가본 결혼식이 2016년 2월이어서는 아닐까. 매체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조차도 잘 없다. 기껏해야 강남 이상화 부부 결혼식에서 강남이 스케이트 댄스를 춘 장면 본 기억만 난다. 그것도 엄마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거실 TV로 틀어줘서 봤다.
결혼식을 몇 번이라도 가보았다면, 친구라곤 결혼은 커녕 연애도 안 하는 오빠만 있는 게 아니었다면, 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간접 경험을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부를 수 있는 지인이,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밖에 없어도 된다. 나는 이미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의 하객 동원 가능 능력을 알고 있다. 장례식 때 아빠 쪽 화환이 너무 많이 와서 그만 보내라 한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동생까지도 인플루언서하면 딱인 슈퍼 인싸다.
반대로, 내가 가진 유명한 가수라는 꿈도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콘서트, 뮤지컬 관람을 하고, 가수들이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라이브 영상을 봐서는 아닐까. 일 년 동안 전혀 직간접적인 노출을 주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큰 무대에 서고 싶을까. 세계 일주하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꼭 무대를 원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이 그만큼 나오는 게 무대뿐이었던 거 아닐까.
반지, 팔찌,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선물로 원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선물로 받아본 경험이 먼 과거에라도 있고, 전부 한 번도 안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뭔가가 살갗에 닿는 걸 굉장히 불편해한다. 그렇게 경험을 통해 아는 것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남들 다하는 결혼식을 원하지 않는지, 유명한 가수들처럼 큰 무대를 원하는지와 같은 건 직접 확인해 볼 수 없으니 들여다보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들여다보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지만, 나의 진심, 욕구는 늘 흥미로운 주제다. 나도 내 진심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식은 너무 귀찮다. 하나부터 열까지 누가 준비해 주고 나는 몸만 가면 되면, 아마 되게 좋아할 거다. 메이크업받는 건 좋아하고, 드레스는 한국은 왜 이렇게 영국에서 산 드레스 입을 일이 없냐고 불만이다.
큰 무대는, 그런 무대를 한 번 하면 쾌락을 얻게 되고, 쾌락에는 늘 고통이 시소처럼 딸려온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겐 만 명 앞에서 공연 한 번 할바에는, 천 명 앞에서 공연 열 번이 훨씬 낫다. 비교할 바 못 된다.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그 과정도 좋고, 그냥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충분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