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수업인데 30분만 하고 나왔다. 화가 났다기 보다, 기운이 너무 빠졌다. 영국 갔다와서 오랜 만에 보는데 날 보자마자 한숨 쉬고, 엎드려 자고, 내가 뭘 물어봐도 대답 안 하거나 "몰라요"만 들으니 정해진 수업 시간을 도저히 마칠 수가 없었다. 벽 보고 30분도 많이 얘기한 거 같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봉사는 뿌듯함으로 먹고 산다. 모든 일은 역시 '기브 앤 테이크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봉사 시간이 필요해서 오는 봉사자들은 눈에 보이는 보상을 위해서라면, 나는 삶의 활력과 보람을 위해 다니고 있다. 그러니 10분 만에 기력이 쫙 빨리고, '굳이 당장 영어 할 필요도 없는데, 이렇게 계속 수업 의지가 없는데 억지로 해야하나' 싶으면 바로 안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다행히도, 영국 가있던 사이에 새로운 학생이 센터로 왔다는 이야기를 들어, 대신 그 친구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이래서 어디 영어 학원 선생님도 절대 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아무리 지원해도 아무도 안 뽑아주기도 하다.) 돈 받는 입장이면, 쟤는 수업 안 하겠다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노래는 다들 배우고 싶어서 나에게 온다.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억지로 끌려온 애들도 많을 것이다. 그 남자 중학생 수업을 포기한 덕분에, 새로운 학생을 알게되어 앞으로 즐거운 수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 같다.
올해 처음으로 '청소년 센터'에서 봉사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초등학생 대상으로 해서, 중, 고등학생은 처음이었다. 별다를 바 없단 걸 알게 되었다. 또 덕분에 내가 보컬 트레이너는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이든 영국이든 어딘가에 보컬 트레이너로 소속되기는 앞으로 하지 않기로 더욱 다짐한 것이, 이 봉사 이후부터다.
영국에서 커리어 상담을 다녀 왔어도, 난 아직도 당장 내가 뭘로 먹고살아야할지 모르겠다. 집에 먹을 거 많으니 그냥 이대로 산다. 3시간 걸려 졸업한 영국 학교에 지원서를 하나 냈지만, 인터뷰 합격한다고한들 안 할 수도 있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노래든 영어든 이걸로 어디 취업은 못하는 게 더 확실해졌다. 내 유튜브나 활동을 보고, 나랑 맞겠다고 느껴서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학생만 가능하다. 그래서 정말 당분간 노래와 타로 유튜브 채널만 집중하기로 했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거란 걸 안다. 그때까지 봉사 활동이 날 버티게, 아니 즐겁게 해줄 거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쓰임이 된다는 그 감각을 매일 느껴야 산다. 타로 유튜브에서 아무리 사람들이 감사하다고 댓글을 달아줘도, 사람을 대면해서 느껴야 한다. 늘 감사하며 봉사에 다니고 있다.
요즘도 매일 vms 봉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비정기 봉사 중에 할만한 게 없을지 찾는다. 지난 번처럼 아동 돌봄을 제일 찾는다. 한마디로 무료 베이비시터다.
봉사와 음악은 사실 다르지 않다. 결국 나를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봉사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내가 잘 쓰일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쓰임이 된다는 감각이 나를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