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 너 죽었니? 살았니?

초록색 식물이 주는 위안

by 마들렌

오래전에 타향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내게 어머니께서 산세베리아 몇 줄기를 주셨다.

"도착하면 꼭 화분에 심어라. "

나는 이것저것 밀린 일을 하다가 1주일이나 흐른 뒤에 화분을 사서 심게 되었다. 신문지에 싸서 그늘에 두었던 터라 말라죽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혼자 있는 생활이었지만, 워낙 사무실에 일이 많아서 시간은 바쁘게 흘러갔고, 주위를 살펴볼 여유도 없었으며, 외로울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처럼 쉬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화분에 눈이 딱 멈추어 버렸다.

'어!' 하며 후다닥 일어나서 다가가 보니, 어느새 산세베리아 줄기 아래에서 새순이 자라나고 있었다.

'히야~ 그새 ~' 마치도 살림살이가 늘어난 것처럼 흐뭇해하며, 시간 날 때마다 그 녀석을 바라보게 되었다.

늦은 밤, 퇴근해서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이 화분에 있는 그 생명이 잘 자라나고 있는지였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눈을 마주치게 되는 것도 화분 속의 생명이었다. 그렇게 산세베리아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여러 개의 자식을 두게 되었고, 나는 어머니가 나누어 주신 산세베리아 몇 줄기로 화분 가꾸는 취미를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사무실, 내부는 깨끗한데... 도무지 뭔가 휑한 느낌이 나는 것은 왜일까???

이사를 하고, 새로운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며칠을 살펴봐도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무실 한구석에 몇 개의 화분에 있는 식물은, 거의 말라비틀어져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래, 저거였구나!'

내가 근무했던 대부분의 기관이나 사무실의 주위에는 자연이 있었고, 식물이 있는 환경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이사를 하고 보니, 새로운 사무실은 삭막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몸에 밴 자연 속의 인간으로서 자연을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어가는 식물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히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환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물이 저렇게 죽어간다면, 사무실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이 식물을 한번 살려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식물의 이름도 찾아보고, 가꾸는 방법도 검색해 보면서 식물에게 눈길도 주고, 물도 주고, 비가 올 때는 바깥바람도 한 번씩 쏘여주면서 그렇게 정성을 들여 보았다.

잎이 누렇게 되어 빛을 잃어버렸던 나무에서 윤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가까이 가서 "기특하구나!" 하고 속삭이며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다.


"어머, 선생님, 저 식물이 살아나나 봐요! 새싹이 돋아났어요!" 하며 사무실의 몇몇 직원들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생기를 잃어버렸던 고무나무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이파리를 품어 내며 키를 키우자, 사무실을 드나들 때마다 직원들은 이파리 수를 세면서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수다를 떨기도 하였다.

호야는 줄기가 점점 주렁주렁 덩굴처럼 화분을 벗어나서 책장을 타고 내려와 운치를 더해 주었고, 다 말라죽어가던 녹보수는 이파리가 푸르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점점 더 초록이 무성해져 갔다. 그렇게 몇 안 되는 화분의 식물이 살아나면서,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직원들은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어떤 때는 찻잔을 들고 식물 앞에 우두커니 서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떤 직원은 내게 식물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였다. 사실 나도 잘은 모르는데......




삭막한 사무실의 공기가 싫었던 나는, 내 눈앞에라도 식물 하나는 갖다 놓고 싶어서 집에서 키우던 산세베리아를 작은 화분에 담아와서 책상 한쪽에 고이 모셔 놓았다. 어느새 식물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주었고, 나는 분갈이를 하려고 집으로 가져갈 생각을 하였다. 퇴근하는 어느 날, 종이가방에 조심조심 화분을 넣어서 흔들리지 않도록 좌석 벨트까지 완벽하게 채워서 조수석에 앉혀 주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위험한 순간이 포착되어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내 우측에서 달리던 승용차가 저 앞의 합류지점을 향해 달리는데, 도무지 속력을 줄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직진 중인 내가 그 차를 보면서 조심하며 달리다 보니, 정말 저 차주는 좌측을 살펴보기는 한 것인지 냅다 속력을 내며 끼어들어왔다.


'아이코, 역시나 초보운전이시네.'


내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력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내 옆자리의 가방은 쏟아지고 말았다. 정말 저 초보운전자 때문에... 화분은 엎어지고, 흙이 쏟아지고, 나의 귀한 산세는 가지 한쪽에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속이 상해서 내빼고 있는 초보운전자를 바라보니, 그 차는 무법자처럼 차선을 위험하게 변경하고 있었다!

배려할 줄 모르는 운전자 같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말이 이런 상황이 아닐까 싶다. 나 혼자 분을 삭이며 그렇게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쏟아진 화분의 흙을 주어 담아서 새로운 화분에 정성 들여 심어주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산세, 너 죽었니? 살았니? 아니면, 기절했니? 그때 충격이 너무 컸던 거니?"


하며 화분 앞에 쭈그려 앉아 물어보곤 하지만, 그 아이는 도무지 대답이 없었다.


그날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자, 동료가 스마트폰에서 사진 한 장을 찾아 내게 보여 주었다. 내가 분양해준 슈퍼바는 그 집에 가서 화분이 터질 듯 잘 자라서 가지가 무성한데,... 나의 그 아이는 성장을 멈추어버린 것만 같았다. ㅠㅠㅠ...

내 침대 발치에 두고는 애지중지 쓰다듬어 주는데도 말이다.

[산세베리아]


그리고 몇 달이 더 지났다.

어느 날 산세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싱그러운 초록 잎이 쑤욱하고 자라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몹시도 궁금해했는데, '역시 너는 생명력이 강한 아이구나.' 칭찬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해 주었다.


나는 식물을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신비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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