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꿈의 나래를 펴본다

리셋, 새로운 출발의 시간!

by 마들렌

시험 발표가 나는 날 새벽에 꿈을 꾸었다.

예복을 입은 나에게 누군가 급히 와서 새 신발을 한쪽만 바꿔 신게 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건 무슨 뜻일까???

내 인생에 이렇게 떨리는 날이 있었던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나이에도 시험 발표에 가슴이 뛰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아쉽게도... 내가 예비후보 1번이 된 것이었다.

내 경력을 부담스러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언듯 스쳐 지나갔다. 꿈의 내용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 그래, 사무실 위치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거기는 아니었나 보다 하며 나를 위로하였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젊은 사람들도 어려운 취업의 관문 앞에서 탈락했다고, 넋 놓고 있을 수 없지 않나 생각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다른 곳에 또 지원서를 날렸다.

뒤이어 면접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면접에 가는 날 새벽에 나는 또 꿈을 꾸게 되었다. 귀를 닦고 귀지를 청소하는 꿈이었다. 나는 꿈의 내용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이번에는... 하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갔다.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내가 어떤 커리어[career]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

긴 기다림의 종착역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통증에서 회복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나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심연의 바다를 허우적대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뒤에는 쉬지 않고 헤엄을 치며 발차기를 하면서 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다.




나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기도와 함께 마음을 다잡곤 하였다.

공부하는 시간 외에 틈틈이 [9일 기도]를 하였고, 하루도 빠짐없이 나의 염원을 기도의 화살(화살기도)에 담아 하느님 대전에 쏘아 올렸다.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미래가, 알 수 없어서 두려운 미래가 나를 뒤덮더라도 낙담하거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세상 경험이 많다고 해서,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가방 끈이 길다고 해서 인생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시 한발 뺀 내 삶에 대해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오래된 기억도 끌어내 보았고, 가물가물 잊혔던 기억의 언저리도 건드려 보면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무수한 꿈을 꾸면서, 내가 기억도 할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만났고,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모습도 뵈었다.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그분들을 무의식(꿈)의 세계에서 만나면서, 자식을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승에서도 마찬가지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것처럼 위안으로 삼게 되었다(다른 사람들은 믿거나 말거나지만...).


54일이 끝나갈 무렵, 나의 염원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기관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하고 나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조심하며 잘 지냈지만, 그래도 업무 시작 전에 필요한 과정이라 근처 보건소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은 업무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며 다른 장소를 몇 군데 알려주었다. 그나마 역 근처가 가장 가까운 것 같아 인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찾아가 보았더니, 웬 줄이... 이렇게 (아휴~)!!


문득 코로나가 시작되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마스크를 사보겠다고 이른 아침에 집 주변의 약국을 찾아갔을 때가 기억이 났다. 커다란 구렁이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줄, 줄, 꼬리가 어딘 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 인력들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인력 부족, 번아웃으로 교대로 근무를 서는 것 같았다.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다른 곳에 가도 별로 다를 것 같지 않아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따가운 햇볕 아래서 40분을 넘게 기다린 끝에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나는 20살 이후 거의 모든 것이 늦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대학에 가는 것도 내 또래들보다 늦었고, 사회복지를 시작하는 것도 많이 늦었다. 누군가는 내가 '늦되는 사람',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이라고 하면서,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나는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이제 리셋(reset, 맨 처음처럼)하려고 한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잘~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며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 본다.




오랜만에 화성에 있는 <남양 성모 성지>를 찾아갔다.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 조금은 다른 장소에서 기도하고 산책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몰라 우산 하나를 챙겨 들고 성지 안으로 들어갔다.

[남양 성모 성지 대성당]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는 비가 내리고 추운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사방이 온통 초록으로 무성하였고,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드문드문 보이는 방문자 외에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아주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듯 살아온 나는 성지에 오면 되도록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오롯이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걱정거리를 내려놓기 위함이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그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였다. 돌로 만든 커다란 묵주 구슬 앞에서 묵상을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나뭇가지에 후드득하고 떨어지는 비 소리가 들려왔다. 우산을 펴 들고 울창한 수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푸르른 녹음[綠陰] 속에서 시원하고 조용한 평화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이 좋은 것이다.

때때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을 때, 번잡스러움을 잠시나마 잊고 싶을 때,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고 싶을 때 이런 곳에 잠시라도 머무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곳은 문턱이 없으니까.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곳에 오면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 교양서 '성경' 속의 주인공인 하느님과 그분이 사랑하시고, 그분을 사랑한 많은 인물들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각들, 흉상들,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평화로운 정원도 있다. 아마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쉼의 장소가 되어 줄 것 같다.


그분은 모든 곳에 계시고, 어느 곳에나 계시는 분이시라... 혹시 모르겠다, 알파요 오메가이시며 영원 속에 살아계시는 하느님께서 당신 옆에서 함께 걷고 계시는데 당신은 모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