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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an 30. 2023

코리안 타임?

지각대장 보스

직장인으로 살면서 출근시간은 칼 같이 지키지만, 퇴근시간은 어느 날부터 고무줄같이 늘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자고 몇몇 동료들에게 말을 하였지만, 그것이 매번 나의 의지만으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내가 사회복지현장에 처음 나왔을 때(20여 년 전), 그런 말이 있었다. 

칼출근, 고무줄 퇴근

현장에 있다 보면,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월중계획표에도 없는 일정이 잡히거나 행사가 있거나 하면 더욱 그러하였다. 몸 받쳐 충성하고 나니, 남는 것은 무너진 건강뿐이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면서 슬펌프를 겪었고, 더더욱 근무 시간 안에 일을 정리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말 못 하는 내 새끼(냥이)의 하루가 궁금하기도 하였고, 배 곪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가방을 챙기기로 하였다.   


가끔은 그런 나를 조금은 심통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뭐 어쩌라구? 그 사람과 나의 생활은 같지 않은데 하며, 불편한 시선 따윈 툭 잘라버리고 휭~하며 바람같이 나가곤 하였다.




우리 보스는 정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입심이 대단하다. 자신은 모르지만, 그분의 약점이기도 한 <약속시간 못 지키기>를 그 대단한 입담으로 덮어버리곤 하니까. 외부에서 행사가 있거나 강의에 참석해야 할 때, 매~번 늦는다. 아주 상습적으로...


사무실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다가 약속 시간에 늦게 될까 봐, 나를 비롯한 몇몇의 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시간을 알려주지만, 매번 하는 말이 있었다.

"아유~ 걱정하지 말라니깐~ 내 머릿속에 시계가 있다구요~"

...

그 머릿속에 시계는, 어떤 시계지? 

매번 지각하도록 만드는 그 요물단지(?)는 마음도, 몸도 묶어두는 시계일까? 


매번 허둥지둥하며 서둘러 떠나고 나면, 씁쓸한 건 나만의 감정인지 모르겠다. 

따르릉~ 

"저~ 000인데요. 센터장님이 참석하시는 거 알고 계시죠?"

"그럼요~. 곧 도착하실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반복된 멘트를 하면서, 우리 보스는 오늘도 지각이구나 하는 것을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곤 하였다.


"아니~ 도대체, 왜 매번 저렇게 헐레벌떡 가야 돼요? 먼저 가서 여유 있게 기다리면 안 되나요?"

"냅둬, 암만 이야기해도 안되잖아. 저래 살다 가겠지."

"지난번에 캠페인 때도 늦게 오셨잖아요. 기다리는 동안 너무 창피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었어요. 다른 기관의 높은 분들은 다 와 계시는데...  본인이 마치 주인공처럼 짠~ 하고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왜 본인 마음대로 잡아먹죠? 매번 머릿속으로 시간 계산 한다면서요? 길 위의 시간이 항상 본인 생각대로 들어맞기나 하나요? 세미나에 갈 비행기 놓친 적이 있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시던데, 그게 자랑거리가 되는지 참 의심스럽네요?" 


이해가 되지 않는 보스의 행동에 서로의 생각을 털어보기도 하였다.

모래시계




기관에 근무하면서 탄력근무제는 들어봤지만, 대놓고 시간을 변경해서 출퇴근하는 것은 이 기관에 와서 처음 보게 되었다.

집이 멀어서? 몸이 아파서? 아니 아니, 한참을 살펴봤을 때, 그건 올빼미형인 본인의 생활패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9 to 6(nine-to-six)가 일반적인 근무형태에서 10시에 출근해서 7시에 간다는 것인데, 그렇게만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싶지만, 문제는 가만히 있다가 9 to 6(nine-to-six)를 하고 퇴근하려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일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의 근무패턴은 관공서와 맞물려 있는데, 주된 업무가 연결되어 있다 보니 업무상 서로의 의견을 묻고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근무시간은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무관청에서 기관장과 통화할 일이 있을 때 적어도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불편해하지 않을까? 


이 건으로 해서 태클을 건 쪽도 걸린 쪽 모두 감정이 격해졌고, 주무관청은 법인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하였다. 법인에서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우리 기관은 역으로 공문을 만들어 급발송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지기도 하였던 적이 있었다. 


본인이 늦게 와서 아주~ 늦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다 가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퇴근시간에 붙들려서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종사자는 입장이 다르지 않은가?


이래 저래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한)한 상황은 직장인들의 현실일까?

누구는, "(아니) 꼽으면 네가 장이 돼!"라고 말을 하던데, 보스가 되면 이런 고민 따윈 하지 않아도 될까?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시간은 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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