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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Mar 29. 2022

코로나 19 신속항원검사 그리고 쌓이는 서류

나도 목이 아픈 것 같다!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벌써 두 해가 넘어갔다.

처음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바이러스의 정체와 파급력, 그리고 감염자가 속출하여 사람들이 집안에서 나오기를 두려워하였던 적이 있었다. 마치도 유령도시를 보는 것처럼... 도시 중심가에 사람 그림자가 하나도 없는 사진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지 싶다.


평소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며 생활하다가, 심각한 대구 상황을 보고 오빠에게 먼저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야 했을 정도였으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이 되고, 사람들의 사회활동이 급격하게 제한되면서,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실행하는 기관 단체도 많아졌다.

경제활동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서 정부를 향해 살게 해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하였다.


처음엔 방역 선진국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진 마음과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답답함에 몸부림치는 일부 사람들의 선 넘는 행동들로 확진자는 날마다 늘어났다. 의료진들은 지쳐갔고, 의료공백으로 인하여 진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타이밍을 놓쳐서 어려움에 처하거나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아휴~' 하는 한숨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하루가 다르게 방역지침이 바뀌고 있었다. 이름도 어려운 '오미크론'이었다가 이제는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 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었다. 주무 관청으로부터 공문이 내려오면, 우리는 바뀐 지침을 숙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나는, 수시로 신속항원검사를 하여야 한다. 출근 전에는 '음성' 확인 사진을 찍어서 [단체 카톡방]에 올리는 일을  해야 한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활동을 자제하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자발적으로 검사를 하도록 내부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긴급보호를 받기 위해 피난처에 오는 상황에도 백신 접종 여부가 확인이 되어야 하고, 자가진단키트로 '음성' 확인이 되어야 입소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과 피해자, 그리고 기관의 종사자 중 누구 하나라도 이 부분을 확실히 하지 않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달에 입소한 어떤 피해자는 입소 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1~2일 지나면서 두통을 호소하였고 [신속항원검사]를 하였더니, 두줄이 나와서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두줄 나온 키트를 들고, 한 팀은 PCR 검사를 하러 인근 지역의 병원으로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아서 이동해야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수습하느라 머리를 맞대야 했다. 일단 직원의 수가 많았고, 거미줄처럼 엮이는 가족들과 그 가족들의 지인들, 또 다른 지인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일반 가정집이라면, 자가 격리하면 되겠지만, 여러 사람이 머물고 거쳐가는 기관이라 이 피해자를 최대한 빨리 안전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 여러 곳에 전화를 하여야 했다. 

사실 나는 여러 번 신속항원검사를 했지만, 자가진단 키트에 두줄이 나온 것은 처음 보았다! 


최근에 입소한 피해자와 동반 가족은 입소 때에는 발현하지 않았지만, 그 다음날 다시 검사를 하였을 때 1명이 '양성반응'을 보여 또다시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피해자 가족을 데리고 PCR 검사에 동행하면서 풀 죽어 있는 양성 반응자 아이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사태의 심각성도 모르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듯 떡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아이가 많이 아프지 않기를 바랬다. 자발적으로 밀착 접촉자가 되었던 나는, 사무실 외 식당가는 것도 걱정이 되어 며칠째 사무실 한쪽에서 식사를 해결하였다. 나로 인해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 기관인 우리는 보건소를 통해서 [생활치료센터] 연계를 요청하였다. 지난번에는 대기자가 많아서 하루를 더 기다렸다가 투명박스에 간단한 여벌 옷가지를 준비해서 피해자를 보냈다. 7일간의 격리치료를 끝내고 다시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장애인 피해자를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14세 미만의 확진자는 혼자서 갈 수 없다는 연락을 받게 되어 또다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했지만,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 가족 구성원 중 1명이 확진되면, 다른 가족들이 확진될 확률은 시간문제라고 보여진다. 특히 보호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동료직원은, 자가격리를 하면서 다른 가족 구성원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화장실이 딸린 방으로 공간을 제한하였고,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물건 등을 잡는 등, 소독을 자주 하며 주의를 기울인 결과 추가 감염 없이 무사히 격리기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원을 마무리하고, 한시름 놓고 물 한잔 마실 여유가 생기면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 기진맥진하기도 하였다.


요즘은 '확진자 발생'이라는 전화만 받아도 목이 따끔거리고, 두통이 생기고, 기침이 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사무실에 있는 다른 동료들도 느끼는 공통의 불안한 감정이었던 것이다.


[신속항원 검사하는 방법]


그것이 끝이 아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주무관청에 수시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고, 00 검사 실적 보고도 해야 한다. 또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근무조정에 대한 내부기안도 작성해야 한다. 일이 차곡~ 차곡~ 쌓이고 있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항원 자가 검사 키트] 

                                  



처음에 자가진단키트 샘플을 가져왔을 때는, '저것을 어떻게 쓰지?'라고 생각하였는데, 한 번은 서툴렀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그다음... 그다음부터는 선수가 된 것 같았다. CSI 시리즈를 좋아하는 나는 이제는 DNA를 추출하는 흉내를 내보기도 한다. ㅋㅋㅋ... 

나의 안전과 동료들의 안전, 그리고 입소하는 피해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하는 검사이지만, 언제까지 이 검사를 해야 할지 짜증이 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교대 근무를 하는 몇몇 동료들은 퇴근하면서, "돈 벌로 갑니다!"라는 말을 하던데, 오늘에야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상근 근무자들은 멀지 않은 곳에 선별 진료소가 있어도 갈 시간이 없지만, 인근에 사는 동네 주민인 선생님들은 선별 진료소에 가서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자가검진 키트를 1개씩 받아오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외근을 다녀오다가 본의 아니게 각각 다른 선별 진료소를 지나면서 1개씩 득(?)하고 와서는 돈을 벌었다고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아무리 조심해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다. 이제는 며칠에 한 번씩 들려오는 직원 또는 직원 가족의 확진 소식이, 점점 내 목을 조여 오는 것 같다. 

요즘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자가진단 검사를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해야 할까? 

코도 아픈데, 이 검사를...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검사 키트가 몇 개 있는지 세어본다.

여유분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떨어지기 전에 구입해 놓아야겠지. 코로나 상황이 길어질수록 키트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니면... 나도 이번 주말에 가까운 선별 진료소로 마실을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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