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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Mar 23. 2022

그 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카랑코에의 꽃말은,  인기, 설레임...

이삿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니, 베란다 한쪽에 나란히 쌓여있는 빈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삿짐을 싸면서, 화분의 식물을 조심히 다루어달라고 부탁했건만...

조심히 싸기는 하더구먼, 비닐을 벗길 때는 그냥 확 벗겨버렸는지, 가지가 몇 군데 찢어진 것이 보였다.

"애 헤이~ 이런 쯧쯧쯔..."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다 돌아간 뒤에야 확인을 하게 된 것이다.


한쪽 이파리가 찢어진 산세베리아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쓰다듬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지가 한쪽으로 축 늘어진 천냥금은 지지대를 세워 주었고, 수북이 잘 자라나고 있는 금전수 가지 중에 무리에서 이탈한 가지에는 지지대를 세워서 살짜기 무리 속에 다시 밀어 넣어 주어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초록이 좋았고, 초록색의 식물을 하나 둘 내 삶 안에 들여놓기 시작하였다.




사무실 아래층에 꽃집이 하나 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고, 볼일을 보러 왔다 갔다 하면서 초록이 무성한 꽃집이 자꾸 내 시선을

잡아당기기 시작하였다.

때가 때인 만큼,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꽃집 문을 다 개방하고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꽃들을 전시하기

시작하였다.


우와 예쁘다!"

정신이 살짝 마실 나간 듯, 홀린 듯이 보고 있는 내 옆에 언제 왔는지 꽃집의 안주인님이 서 있었다.

식물의 이름도 물어보고, 가격도 물어보고... 군침을 사정없이 흘리고는 훗날을 기약하며 바쁜 걸음을

재촉하였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장을 보러 갔다가 드디어 꽃집 안을 기웃거리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평소 생각해 두었던 화분을 몇 개 들고 오게 되었다.

가슴이 뿌득해지는 이 마음은 뭐지?

돈 쓰고 왔는데, 뭐야, 이 두둑하게 차오르는 느낌은???

휴일에는 새로 사 온 5개의 식물을 화분에 심었다.

거실 한쪽이 초록으로 가득해지자, 오랜만에 흙냄새와 먼지를 뒤집어쓴 것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카랑코에...

지나가다가 꽃집에 진열되어 있는 작은 카랑코에가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어머니가 잘 가꾸셔서 아름답게 피어났던 꽃, 내가 '카랑코에'를 알게 된 것은 아마도 그때인 것 같았다.

어머니와 살았던 아파트의 베란다에는 유난히 햇볕이 잘 들었고, 겨울에도 따뜻했다.


사계절 눈부시게 햇볕이 쏟아지는 어느 날, 어머니의 정원(?)에는 온갖 화분이 다 있었다.

처음에는 서너 개였지만, 어머니가 한 줄기씩 얻어 오기도 하셨고, 모종을 사서 심으신 것도 있었는데, 순식간에 화분의 수는 늘어나서 내가 세어 본 것만 해도 크고 작은 것을 다 합쳐서 50개가 넘었다!  


화분을 가꾸시던 어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셨고, 참 평화로워 보였다.

나도 그 덕에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어머니가 손 대신 식물은 잘 자라났고, 우리 집 베란다는

어느덧 싱그러운 초록의 정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어머니가 특히 애정을 가지고 가꾸셨던 이 꽃은, 다육이과에 속하는 식물이라 물을 자주 주지 않아야 잘

크는 식물이다.


[카랑코에 : 나날이 더해지는 꽃잎수]


이 아이의 꽃말은, '인기', '설레임'이라고 한다.

꽃 모양도 다양하고 꽃 색도 여러 가지였다. 꽃도 홑꽃과 겹꽃이 있고, 겨울철 분화용으로 좋은 식물이며, 개화기간도 길어서 오래 꽃을 볼 수 있었다. 다육성 분화라 건조에도 강하므로 실내에서도 잘 견딘다. 햇볕이 부족하면 웃자라기 때문에 볕이 잘 드는 베란다나 창가 등에 두어야 한다.


[낮동안 쏟아지는 햇살을 양식 삼아 만개하고 있는 카랑코에]


이 꽃을 가져올 때, 내 머릿속에는 두 가지의 기억이 오버랩[overlap] 되고 있었다.


어머니와 꽃을 바라보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던 기억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식물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남동생의 부탁으로 베란다 가득한 화분을 정리하면서 울었던 기억이다......


동생은 우울증이 생겨서 식물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서 힘들어하였고, 나는 타지에서 생활하느라 화분들을 다 가꿀 수 없어서 작은 화분만 몇 개 들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파트 마당에 내어놓고 원하는 

사람들이 가져가시도록 하였다.


내게는 좋은 기억과 슬픈 기억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이 꽃을, 이제는 어머니와의 좋은 기억만을 떠올리면서

정성으로 키워보려고 한다.


'설레임'이라는 꽃말처럼, 꽃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다시 만나듯 다정하게 가슴 설레면서, 왜 좀 더 오래 머물러주지 않으셨는지... 하며 마음 한켠에 담아 두었던 아쉬운 마음을 이제는 씻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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