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에 노출되는 아이들

아물지 않는 상처...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by 마들렌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1차 기관은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하여 지원을 했다. 비공개 쉼터인 보호시설이 2차 기관이라면, 1차 기관인 해바라기센터는 다양한 유형의 피해자들을 좀 더 가까이서 접하게 되는 기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센터는 24시간 열려있고, 전국에 34곳 정도가 개소되어 있다고 한다. 센터에서 지원하는 업무는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수사지원, 상담 및 의료지원을 해오고 있었다.


one-stop 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개소하였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법무부에서 양성하고 지원하는 [진술 조력인 제도]가 정착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술조력인은 장애인 및 13세 미만 아동의 진술 녹화 진행 시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할 수가 있어서, 어린 피해자들이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일선 경찰서에서 진술조사 참석을 힘들어하는 성인 피해자도 센터를 이용할 수가 있다.


수년 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폭력사건의 피해자들이 몇몇 있었다. 당시에는 장애인 피해자들이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기가 어려워서 엄청난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리가 되거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때라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기 방어가 안 되는 장애인 여성과 아이들은 불한당 같고 파렴치한 나쁜 놈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보편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떤 판사가 재판을 맡느냐에 따라 재판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졌는가?

작년에 세계적 이슈가 되었던 세계 최대의 아동 정착물 사이트 운영자 손 모 씨가 1년 6개월형을 받았다. 이중처벌은 안된다고,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시민, 사회단체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적이 있었다.

...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재판부가 성폭력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며, 체감 온도인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처절한 고통을 호소하는지,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범죄자들의 형량이 그렇게 가벼울 수 있는지...


작년 가을, 사무실은 온라인상에 올라온 조두순의 출소 기사에 온통 뒤숭숭했다. 벌써 나온다고!! 12년, 한 아이와 그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박살 내 버린 것 치고는 너무 짧지 않은가! 하며... 피해자는 다시 두려움에 떨게 되고, 부모는 억장이 무너지다가 결국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가해자는 나오고, 피해자는 숨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들의 현실인 것이다.


CCTV 설치하고, 인력 배치할 비용은 어디서 나오나? 다 세금이 아닌가? 차라리 양형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개정하여 처음부터 죄를 짓지 않도록 하든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단 나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조용한 밤, 전화벨이 울리고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우리 팀은 조금 전에 전달받은 피해자의 기본정보와 피해내용을 공유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숙지하고 어떤 상담을 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지 고민을 한다. 피해 내용을 듣고 있자니, 참담하였다.


"아니, 이 XX놈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어떻게 이런 짓거리를 할 수가 있지?"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자, 동료 간호사도 같이 흥분하였다.

우리는 피해자의 피해상황에 따라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응급키트의 단계를 어디까지 할지 의논하며 피해자를 기다렸다.


정적을 깨고 입구의 벨이 울리면, 담당 형사가 먼저 들어오고 헝클어진 머리에 눈물이 뒤 덤벅 되어 눈이 퉁퉁부은 어린 피해자가 보호자의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센터로 들어온다. 각자 피해자 지원을 위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데.

수사팀에서는, 사건 관련하여 담당 형사에게 조사 내용을 전달받으며 피해내용을 확인하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선 변호사 신청 및 신변보호 신청 등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안내를 한다.


나는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신고를 결심하고 경찰서에 가게 되는지를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고, 무엇이 필요한지 상담 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심사숙고하여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의료지원팀에서는, 피해자의 피해내용과 신체적 외상 등을 확인하고, 성매개 감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하여 산부인과 및 정신과,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안과 등 피해에 대한 검사를 지원하기 위해 동행한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피해를 입고 두려움에 빠진 피해자는 때로는 말을 잃어버리기도 하였고, 때로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으며, 힘을 잃은 눈동자는 대화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성인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를, 소아 청소년은 심리치료가 상당기간 필요하기도 하였다. 회복되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심리치료, 정신과 치료를 거듭하고, 쉼터와 병원을 옮겨 다니며 치료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보고 있노라면... 성폭력피해는 회복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다. 정말... 외상은 아물 수 있다. 부러지고, 깨어지고, 찢어진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으로 입은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 깨진 거울 같다고 할까, 성폭력은 '영혼'이 깨어지는 것, '영혼의 살인'이라고 표현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장기간의 치료에 나가떨어지는 보호자는 늘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가 책임지라고 떠 넘기기도 하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피해 여성 중에 어떤 지적장애인은, 수차례 신고가 되어서 진술 녹화 일정이 잡힌 적이 있었는데, 수사팀에서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케이스였다. 비슷한 피해가 수차례 반복이 되다 보니, 과연 이 사람이 피해자가 맞나 싶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린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온라인 상에 있는 걸러지지 않은, 너무도 많은 정보를 보고 있고, 또 너무도 많이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고,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어플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들어갔다가 친절하게(?) 접근하는 익명의 사람에게 쉽게 자신의 정보를 내어 주었고, 또 만나러 나가서 인생 최대의 피해를 입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증거채취의 골든 타임(72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한, 초등학생 피해자의 경우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학교에 등교할 때보다는 많이 흐트러진 상태일 것이며,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하루 온종일 휴대폰을 쳐다보고 사는 아이들일 경우에는 오픈 채팅, 페**북, SNS 등을 통해서 여러 가지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SNS나 페**북 등 온라인 접촉을 당분간 그만둘 것을 권유하고, 익명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온라인 채팅이나 어플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좋은 사람과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한 판단기준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있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이 어떻게 피해에 노출되는지 알고 있고, 온라인 상에 만연하는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도 심히 우려가 된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으로 뉴스에 나온 사건의 가해자들은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은 범법행위를 저질렀으나 형사책임능력이 없으므로 형벌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 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으로 대신한다.

피해자들의 부모는 자신들의 금쪽같은 새끼가 입은 피해에 비해 너무나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가해자들의 행태에 분노하곤 하였다.


피해내용을 보면, 범죄행위가 성인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폭력물을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닌지,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경쟁만 부추기는 사회, 성적 제일주의, 입시교육 앞에서 인성교육은 정말 무너지고 없는 것인가...

20210312_000916.jpg 정의의 여신상

누가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인가?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한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잔혹한 가해자들에게 법은, 진정성 있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서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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