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양이 넘어지다!

부실한 체력의 소유자

by 마들렌

몇 달 전의 일이다.


은비의 방묘창을 보수하려고, <다~ 있다>는 그곳에 가서 재료를 사 가지고 왔다.

이쯤이야. 껌이지. 하면서 뚝딱뚝딱 부족한 부분을 연결한 후, 거실의 창문에 끼워 넣으려고 의자를 밟고 올라갔다. 은비가 "야옹~"하며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돌아보며 말하였다.


응, 엄마 금방 내려갈 거야~, 엄마야!

순간 중심을 잃었던 것 같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 미끄러져 거실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아이고, 아이코...! 하늘이 온통 잿빛이었다.

누군가는 하늘이 노오랗게 보인다고 했는데, 내 눈에는 넓~은 회색빛의 우주가 물결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얼마나 높다고... 겨우 식탁 의자인데, 거기서 떨어지다니......


살다 살다 별일이다 싶었다. 낮잠도 잘 안 자는 내가 거실 바닥에 녹다운되어 드러눕게 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귓가에는 어느새 달려온 은비의 우는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야옹~ 야옹! (괜찮아요?)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아니, 괜찮지 않아. 아이고 아파라. 엄마 다쳤나 봐. 그냥 좀 이렇게 있어야겠어.

큰 고양이가 넘어졌다. 전봇대 쓰러지듯 '쿵'하고 넘어지자 작은 고양이는 난리가 난 것처럼 안절부절하며 울어댔다.

(아마도 아래층에서는 천정이 흔들렸을 것이다.)


한참 동안 그냥 그렇게 누워 있을 수밖에...

회색빛 우주가 걷히고, 점점 천정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손을 들어 이쪽저쪽 살펴보았다. 균형을 잃으면서 옆에 세워놓은 캣타워의 모서리 이쪽저쪽을 스쳤는지, 왼쪽 팔에는 찰과상이 크게 나 있었고, 팔과 다리에도 크고 작게 긁힌 자국이 보였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까마득한 소싯적에 자빠져서 무릎이 까여 빨간약을 발랐던 것이...? <기억의 창고>가 열리고 스멀스멀 뭔가 하나 둘... 올라오는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려고 하니, 가슴에 찌리릿~ 통증이 느껴졌다. 이건 또 뭐지??

손으로 몸의 구석구석을 탐지하듯 더듬어 보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도 통증이 있었다. 잠자리에서 돌아눕기도 어려운 며칠을 보내고서야 정형외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X-ray를 찍고 나서 의사 선생님은 말문을 열었다.


"증상을 보니,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네요. 아시다시피 깁스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3~4주 동안은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처방약을 받아 들고 오면서, 참 별일이 다 있다 싶었다. 이만한 일로도 뼈에 금이 가는구나 하고.


20240720_231506-은비.jpeg [친구가 은비를 위해 선물로 보내준 냥모양 바구니-안착하는데 2~3일이 걸렸다>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에서 문득 내가 참 부실한 체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해 두 해가 지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체력관리에 영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전에는 필라테스라도 하면서 장거리 운전으로 경직된 몸을 풀어주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최근에는 내가 뭘 했지?? 그냥 집주위를 산책하거나, 저수지 한 바퀴 돌고 오는 것도 큰 마음먹어야 가능했었고, 숨쉬기 운동 말고는 거의 한 게 없네?? 이번 일로 인하여 총체적 난국인 내 건강상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뭐라도 시작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프면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거실에 나동그라진 이후, 길을 걷는 것도 조심하게 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일 때마다 조심하게 된 것이다. 마치 꽃길을 지르밟듯이, 신중해지면서 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었다.




사고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예고 없이, 순식간에 발생하는 것 같다.

몸이 망가지고 난 후, 걱정하게 되면 그때는 늦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겠지만, 오늘부터라도 차근차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인 것 같다. 건강할 때 보는 푸른 하늘과 몸이 아플 때 보는 푸른 하늘에 대한 감정의 크기와 느낌은 다를 것이다. 어렵게 데려온 내 반려묘 은비를 잘 케어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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