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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young Park Oct 15. 2018

배움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일단 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자 



우리 모두에게는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걸 언제 다할 수 있을까?

시간은 제한적이고, 몸은 항상 피곤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내 경험상, 

그냥 "해봐야지" 정도로는 항상 시작도 못 했다. 

진짜 "해봐야지" 싶을 때 일을 벌였다.  


어떻게? 

나 스스로가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1.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작년 5월, 처음 블록체인을 접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정말 블록체인의 1도 몰랐다. 그냥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남들이 좋다기에 그렇게 투자를 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블록체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피크를 찍었을 때, 이제는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이 뭔지 알아봐야겠다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부여되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게 뻔했다. 


당시 해시드의 김 서준 대표님께서 "블록체인은 절대 혼자 공부 못한다. 같이 공부해야 한다." 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테클 (Teckle)" 이라는 블록체인 스터디 및 DApp 개발 모임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태우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는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했는데, 당시 오빠는 블록체인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빠가 갑작스런 제안을 했다. 


"6월부터 진행될 (스터디파이) 블록체인입문스터디 그룹을 이끌어보지 않을래?" 


다른 스터디 운영자분들과는 달리, 난 이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누가 될까 싶어 쉽게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에 태우오빠의 이 한마디가 나를 움직였다.


스터디 운영자가 제일 많이 배울 수 있어

이왕 공부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어서,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스터디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서, 이 제안을 덜컥 수락해버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2. 일단 일은 벌리는게 맞다. 해보고 싶다면 해보자. 


내 취미는 일 벌리는거고, 특기도 일 벌리는거다. 남들보다 잘하는거는 딱 이거 하나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해야되는 상황" 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벌려오면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자주 쓰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번째로는, "내가 이런걸 할거다!" 라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린다. 


독서 모임 탄생의 첫 시작 역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참고로 이 글을 올리고 나서,  6개월이 채 안된 지금까지 약 180여명이 독서 모임을 가입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한다고 선언하는 것 만큼 내게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선언을 한 이상 쪽팔리지않게, 그리고 내 자신이 정말 진지하게(?) 이 행동을 해야겠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기대하는 바가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로는 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와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나는 태생이 게으르고, 귀차니즘이 정말 심한 성격이라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항상 마음에만 담아두고 시작을 못한다. 그런데 독서 모임에서는, 내가 모임을 운영하고,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늦잠을 자거나 지각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민폐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중압감을 가지고 모임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이정도 강제성을 부여하니, 새벽 4시 30분까지 내 생일 파티를 하고도, 당일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에 독서모임을 갔다. 2주 간격으로 모임을 운영하기 때문에, 적어도 2주에 한 번 일요일 아침 7-8시에 일어나 독서 모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모임이 끝나도 낮 12시밖에 안되서 엄청난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캘린더에 특정 시간을 비워놓고, 그 일만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든다. 



매일 저녁 10시부터 11시까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비워두었다.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은 책을 읽던, 글을 쓰던, 명상을 하던, 사색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간을 비워뒀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니 지키려고 노력은 많이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를 감시하거나 감독하지 않으니 지키기가 많이 어렵다.  


원래는 저 시간을 "글쓰기" 시간으로 한정지었었는데, 아무래도 평소에 글을 자주 쓰는 것도 아니라, 글쓰기만을 위한 시간으로 쓰자니 지키기자 어려워서, 조금 더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이 외의 액티비티에도 쓸 수 있는 시간으로 비워뒀다. 


그런데 요즘은 특히나 회사 일, 그 외 개인적인 일들에 시간을 할애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다보니, 금방 몸이 피로해져 저 시간이 되기도전에 잠이 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성해야지 ㅠ



세번째로는, 돈을 쓴다.


누구나 자기 돈 들어가기 전엔 세상 모든 일이 남 일이다. 남 일은 내 일이 아니므로 관심이 생길 리 없다. 당연히 배우기 어렵다. 그래서 뭘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돈부터 쓰는 거다. 돈 좀 날려 먹으면 그제야 배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절실함은 거기서 생기고 그때부터가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다 
- 머니맨의 의지를 사는 가장 빠른 방법 중


이 글을 읽고 정말 큰 공감을 했다. 의지를 사기 위해 일단 해야되는 상황을 만들어야되는데, 그 강제성을 부여하기에 "돈"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블록체인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결국 내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새해마다 헬스장에 멤버십을 사고, 큰 돈을 투자하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 이다.


위에서 얘기한 블록체인 스터디도, 사람들에게 어느정도의 강제성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참여비 (5만원) 과 스터디 4주 완주후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비 (5만원)의 요소를 더했다. 일단 돈으로 배움에 대한 의지를 산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학구열이 높다. 물론 헬스장도, 스터디그룹도,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의 비율은 적을 수 있겠지만, 돈을 씀으로 인해 적어도 "시작" 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움직임이다.


나 역시 아직 엄두가 안나 시작을 못한게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계속 시덥잖은 핑계를 대며 시작조차 못할 것 같아서, 인생 처음 운동에 나름대로의 거금을 투자했다. 


8월 11일 처음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일주일 3번 운동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내가 돈만 써서는 혹은 혼자서는 운동을 꾸준히 못할 걸 알기에, 조금 더 체계적인 "부트캠프" 스타일 (1시간동안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함께하는) 의 프로그램을 등록했다. 뭐든 초반에는 내가 익숙해지기전까지 잘 할 수 있도록 잡아주고 밀어줄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인 것 같다. 다행히 매주 월, 수, 금 일주일에 3번씩 아침 8시부터 9시까지의 스케줄을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올해는 시작하고 싶었던 것들,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저 방법들을 활용해 꾸준히 잘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할 점은, 위의 방법은 나에게 맞는 방법이지,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분명 아닐 것이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려면, 일단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시작"해보면 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다보면, 본인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상황에서 가장 의지를 가지고 배울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 왜 나는 이렇게 많은 시간 투자와 노력을 했을까? 


다시 블록체인 스터디그룹으로 돌아가보면, 총 두달간 블록체인 스터디를 운영했다. 6월은 한국인들, 7월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한국 스터디 같은 경우는 미국 시간 기준 아침 6시반, 7시반, 두 스터디를 맡았고, 미국 스터디는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 운영을 했다. 


(왼) 한국 입문 수요반 토론 준비 자료 (오) 미국 실제 스터디 진행 화면


이렇게 정해진 데드라인이 있다보니, 마감날에 쫓기는 기자처럼 매일매일 짜투리 시간을 내서 공부했다. 물론 나도 같이 배우는 입장이지만, 토론 진행자로써 매 세션이 부드럽게 진행되려면 내가 가장 많이 알아야되기 때문이다. 모르는게 있으면 같이 찾아봐주고, 아는게 있으면 설명도 해주고, 레퍼런스 자료들도 공유해주고... 사전조사 및 공부를 철저하게 했다. 그 순간에 모르는 게 있으면, 디스커션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서라도 찾아본 다음에 알려줬다. 


그리고 계속해서 수업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내가 이 사람들이면 어떤 것들이 궁금할까? 어떤 것들이 와닿지않을까? 이건 나도 공부하면서 헷갈렸던 건데, 그럼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이 부분을 궁금해하지않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보면 공부한 것들이 자연스레 내 것이 된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시간 투자와 노력을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어차피 배우려던거 좀 더 제대로 배우면 좋으니깐. 

그리고 이런 강한 압박감을 받으면서 배우는게 나한테 잘 맞으니깐.




4. 이를 통해 나는 무엇을 얻었나. 


변호사부터, 소프트웨어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금융 애널리스트, VC, 대학생 등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제일 많이 배웠다. "꾸준하게" 해왔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시작하고 싶었던 것들,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꽤 꾸준히 잘해나가고 있다.

1년에 책 2-3권 읽을까말까 했던 내가 독서모임을 통해 올해만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평생동안 헬스장을 다녀본 적이 없던 내가, 이제는 일주일에 3번씩 운동을 하고, 

블록체인에 대해 1도 몰랐던 내가, 이제 2만큼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배우고, 경험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얻었다. 


그러니까 해보고 싶은게 있다면, 크게 고민하지말고 일단 해야되는 상황을 만들어보자.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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