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년 나의 인생 단어를 찾아서
SBS 스페셜에서 방영됐던 "인생 단어를 찾아서" 편을 본 후, 문득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살아온 인생,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도연 스님이 얘기했다. 지금까지 쭉 살아왔던 인생에 대해서, 본인이 이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나만의 이유"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인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고, 뭘 할 수 있고, 또 뭘 해야 하는지가 정리되어야 한다고.
방송을 본 후 나도 나만의 인생 단어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도연스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단어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나의 인생 단어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방송에서는 2가지 질문을 던진다:
1) 지금까지 본인을 규정했던 단어는 무엇인가?
2) 앞으로 본인을 표현할 인생 단어는 무엇인가?
방송의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국어사전만 가지고 본인의 인생 단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 했다. 나 역시 위 2가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인생 단어가 뭘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별의별 단어가 다 나왔다.
단어를 아무리 나열해봐도, 내가 원하는 답을 짧은 시간 내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십몇 년 간의 인생을 한 단어로 함축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과 변화가 있었다.
인생 단어는 너무 거창한 것 같고, 그러면 질문을 좀 더 좁혀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작년 한 해 나를 표현했던 인생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2019년의 나를 표현할 인생 단어는 무엇일까?
*여기서 내가 정의하는 인생 단어란 내가 어떤 마음 가짐 혹은 자세를 가지고 한 해를 보냈나를 의미한다.
작년 한 해 나를 표현했던 인생 단어 = 습관
작년 한 해는 유독 파이팅이 넘쳤다. 새로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도 많고, 배우고 싶었던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한 해였다.
20대 후반(ㅠㅠ)에 들어서면서 특히나 더 나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금전적인 투자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투자 말이다. 20대는 노희영 씨의 말을 빌려 '집요하게 나를 쌓는 기간'이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역량과 기초 체력을 쌓는데 더없이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2018년 나의 목표는 자연스레 "좋은 습관 쌓기"가 되었다.
나는 좋은 습관에 대한 카테고리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2-1. 독서 -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힘
2-2. 운동 -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체력
2-3. 공부 -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
더 이상 작심삼일과 지키지 못할 다짐으로 이 소중한 시기를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 위 3가지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환경을 설정했다.
*자세한 글은 이 글을 참조 (배움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독서와는 거리가 먼 나였다. 내가 독서를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 번째로는 생각 근육을 키우고 싶어서, 두 번째로는 간접적으로나마 경험 자산을 쌓고 싶어서였다. 독서라는 행위를 습관화하기 위해 시작한 게 모티브 북클럽이었다. 강제성을 나 자신에게 부여함으로써, 억지로라도 책을 좀 더 읽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모임은 격주 일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만나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초반 모임을 운영하면서는 "독서"라는 행위에 집중을 하다 보니,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 이때 한국에서 트레바리의 초창기부터 오랫동안 함께해온 기웅이가 내게 해 준 얘기가 있다.
"이 모임을 오랫동안 지속하려면, 결국 사람들 간의 관계가 중요해."
이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 모임을 운영하는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만 해도, 내가 제일 먼저 칼퇴를 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이 얘기를 듣고 나서는 일부러 모임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조금이라도 이들을 알아가고 연결점을 만드려고 노력했다. 이후, 모티브 데이와 같은 한 달에 한 번씩 회원 누구나 와서 교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면서 사람들끼리 더 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이 전과는 다른 깊이로 사람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모임을 운영한 지 어느덧 1년, 그동안 30번이 넘는 모임을 가졌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일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이 모임을 통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변화, 경험, 혹은 관계를 선사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독서를 습관화시킨 것보다 더 값진 결과물은 평소 만나볼 수 없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다.
모임을 이끄는 행위는 단순히 책 읽는 시간 확보용으로 시작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모임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Special thanks to 기웅, 재영, 수정)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녹초가 됐었다. 아무리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오랜 시간 수면을 취해도 피로함이 가시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쳤다. 내가 앞으로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기초 체력을 쌓는 것이 필수였다. 더 이상 운동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나보다도 훨씬 더 먼저 체력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중 수민이라는 친구의 추천으로 Barry's Bootcamp를 등록했다. 원래 의지는 돈으로 사는 거라고, 일단 15개 수강권을 먼저 구매했다. Barry’s Bootcamp는 1시간 수업 동안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고강도 트레이닝인데, 진짜 첫 2주는 수업할 때마다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15회를 끝낸 지금도 물론 힘들다 ^ㅠ^). 일주일에 3번, 출근 전 아침마다 Barry’s Bootcamp를 했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좋은 점은, 운동을 하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더 일찍 일어나야 되고, 운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내야 하고, 또 그 한 시간 한 시간을 버티다 보면 귀찮음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인내력이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동안 뿜어 나오는 아드레날린, 운동 후에 오는 “나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라는 뿌듯함, 그리고 회사를 가면 그 아드레날린이 유지가 되어 더 일에 집중이 잘 되는 효과까지 있다. 이렇게 한 번 운동에 재미를 붙이니, Barry’s Bootcamp 외에도 ClassPass 멤버십을 구매해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듣고, 여자 농구 리그에 조인해 매주 월요일 농구 경기에 참여했다. 이러다 보니 하루에 아침, 저녁 운동을 두 번 가는 날도 빈번했다.
“운동하기 싫다” 의 이유는 보통 귀찮다, 힘들다 정도로 설명이 되는데, 그 귀찮음을 이겨내기만 하면 사실 체력은 덤이고, 그 외의 수많은 이점들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두 번째로는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면 자신감도 올라가고, 표정도 자연스레 더 밝아지게 된다. 세 번째로는, 운동이 좋은 소셜 매개체가 되어, 평소 자주 보기 어려운 친구들도 함께 운동하자는 핑계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안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친구들과도 “이 수업 같이 들으러 가볼래?” 로 연결이 더 쉽게 되었으며, 이제는 밥 친구보다,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더 자주,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2019년에는 본격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Personal Training을 시작했고, 얼마 전 불가능할 것 만 같았던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
인생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성장을 경험한다. 나는 두 가지 배움에 관심이 많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의 성장, 그리고 두 번째로는 커리어에 도움이 될 성장이다. 특히나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다니게 되면 나의 성장 속도와 회사의 성장 속도가 일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위 두 가지 배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Reforge Growth Program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HubSpot의 VP of Growth 였던 Brian Balfour 가 만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Growth Program인데, 실제 Growth 업무를 하는 업계 리더들과 실무자들이 많이 참여해서 유명해졌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현재 내가 필드에서 하고 있는 고민들은 다른 업계 혹은 다른 회사 사람들은 어떻게 고민하고 풀어가는지, 우리 회사엔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업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도 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었기에, 회사에 얘기해 감사하게도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받고, 총 두 달여의 기간 동안 매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1주일에 최소 4시간 정도의 커밋 먼트를 필요로 한다. 온라인에 나와있는 교육 자료들도 값지지만, 그것보다 더 값진 경험은 오프라인을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과의 교류였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1시간 강연 + 2시간 토론을 진행했는데,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우버 등의 리더들이 와서 내부의 시행착오 및 경험담을 생생하게 공유해준다. 토론 시간에는 비슷한 고민 혹은 비슷한 성격의 회사의 사람들끼리 연결시켜주기 때문에, 더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매주 열띤 토론을 나누다 보니, 서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들이 생겼다.
새로운 분야에서의 지식 습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작년 한 참 블록체인이 뜨고 있을 때, 이게 왜 이렇게 뜨고 있는 건지, 왜 이렇게 유망한 기술로 주목을 받는 건지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Teckle이라는 블록체인 스터디 모임을 개설했고, 매주 주제를 정해 빠르게 함께 공부해나갔다. 또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달 동안 매주 스터디 파이를 통해 스터디 코치로써 내가 얻은 지식을 남들과 함께 공유하는 경험을 했다. Teckle을 하면서는 나중에 창업을 한다면 이 친구와는 꼭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될 정도로 좋은 친구를 만났다.
2018년의 나의 목표는 "좋은 습관을 쌓는 것"이었다. 처음엔 습관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했지만, 이 습관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아래와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습관은 좋은 사람을 끌어모은다
좋은 습관을 쌓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둘러싸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관계로 이어진다.
2019년 나를 표현할 인생 단어: 호기심
호기심, 사전적인 의미로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나는 모든 성장의 원동력은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다. 알고 싶은 게 있어야 그 사람 혹은 주제에 대해 더 시간을 쏟게 되고, 더 탐구하게 되고, 더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정의하는 "호기심"은 두 가 지로나 뉘어질 수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나에 대한 호기심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뭘 할 때 제일 즐거운지,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는지 알고 싶다. 이걸 알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좋든, 싫든 이런저런 경험을 해나가며 나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되는 경험과 이해를 토대로 "나의 원칙"을 세워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고 싶다.
두 번째로는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다.
어린 시절 타지로 유학을 왔기 때문에, 뭐든지 혼자서 잘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오랜 유학생활 동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생겼다. 나는 뭐든지 혼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고, 그래서 타인에 대해서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한 해 좋은 관계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경험하면서, "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에 대한 이해는 살아가는데 마주해야 할 결정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라면, 타인에 대한 호기심은 내가 이 사람과의 좋은 관계 형성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촉진제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좀 더 궁금해하는 것, 이 사람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에 대해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것.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들과 함께 좋은 추억과 관계를 맺어나가고 싶다.
2018년의 나는 좋은 습관을 쌓는데 집중했다면, 2019년의 나는 나와 타인을 향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올 한 해, 나의 "호기심" 이 더 좋은 경험과 관계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마지막으로 이렇게 매해 인생 단어를 정하고, 그 단어를 품고 살아가다 보면, 그 단어들이 모여 하나의 큰 주제를 이루고, 그 하나의 큰 주제가 결국 내 인생의 원칙이 되어줄 나침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