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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young Park Dec 29. 2020

29살, 그리고 29가지의 깨달음

삶, 인간 관계, 커리어에 대한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배움

*제가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내용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저의 배움을 기록하기 위해 쓰인 글이지 다른 사람에게 나의 배움을 강요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


유독 올해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새로운 직장, 집, 인간관계, 생활 패턴, 마음 가짐 등.

덕분에 더 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었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나중에 하이킥 할 수도 있지만,

30대가 되면 또 다른 고민과 배움을 얻겠지만,

지난 몇 년간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잊고 싶지 않아 기록한다.



1. 이미 답은 내 안에 있다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한 답은 내 경험상 보통 나 자신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내가 느끼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남들에게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나 대신 누군가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길 원했는데, 결국 들어보면 이미 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들이였다. 알면서도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올해는 유독 회사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한참을 헤매었다. 큰 슬럼프가 왔다. 그러다가, 올 초에 쓴 일기를 봤다. 내가 지금 이 곳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할 건지에 대해서 차곡차곡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문제에 해답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었다. 


2. 다만 인생 선배는 그 답을 찾는 과정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도 있다

나보다 더 앞서 같은 길을 걸어보셨던 분들은 시행착오를 더 빨리, 더 많이 경험하셨기 때문에, 한 목적지를 가더라도 내비게이션에는 나와있지 않은 다양하고 많은 길을 알고 계신다. 경험해보지 못하면 평생 알 수 없는 그런 경로들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나 답이 명확하다면, 이 길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법에 대해서는 조언을 구한다.


3.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시 보스턴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무작정 테크의 중심지이자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있다던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아무 연고도 없던 나는 무작정 일단 가보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그 날 바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당시는 학기 중이었고, 출발은 이틀 후였다. 교수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대신 갔다 와서 배운 것들은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겠다고 약속해 허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온갖 회사 CEO 들의 연락처를 찾아내, 콜드 이메일을 보냈다. 딱 15분만 시간을 내줄 수 있냐고. 그렇게 해서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크고 작은 여러 곳의 회사 대표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만나고 싶은 회사의 대표가 본인이 갑자기 LA 갈 상황이 생겨서, 만날 수 없다기에, 그럼 내가 LA로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LA에서 이 대표와 15분 얘기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23살의 나는 참 무식하고 용감했다 ^^;;

이때의 행동들이 시발점이 되어, 졸업 후 무조건 이 곳으로 일단 와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만약 내가 이때 짧게나마 실리콘밸리라는 곳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었을까? "언젠간 일해보고 싶은 곳" 정도의 생각으로 그쳤을 것이다. 내가 이 전에 일했던 블라인드라는 회사도 그랬다. 당시 미국팀은 채용공고 같은 것도 없었다. 일단 연락을 해서 만났다. 그렇게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일단 뭐라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 스스로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4. 두려움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면 후회할 확률이 높다

일도, 투자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후회했던 결정들을 보면 대부분 시간에 쫓기거나, 충분한 고민 없이 FOMO (Fear of Missing Out)에 기반한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지금 이걸 놓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오겠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갇혀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뭐든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땐 마음의 여유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객관적으로 그 선택에 대한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장단기적으로 내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덜" 후회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는다고 믿는다.


5.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혼자보다 함께

나는 혼자서 일을 시작하고 벌리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의 성과가 좋은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단순한데, 혼자서 하게 되면 그 의지를 이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옆에서 같이 다독여주고, 상호보완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컸다. 아, 그리고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관련 글: 배움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6.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어렵다

회사에서도, 내 개인의 삶에서도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기가 벅찬 게 현실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매년 새해 다짐을 빽빽하게 세우고, 회사에서도 분기별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를 자신 있게 적어나가 봐도, 결국 한 가지도 달성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 매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건 비움의 중요성이었다. 


비운다는 것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이다. 선택이라는 것은 결정을 하는 행위이고, 결정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포기해야 할지에 대해 정하는 행위다. 왜 비워야 할까? 시간과 자원이 내게 무한대로 주어졌다면, 아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7. 실행력은 습관과 같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만큼 중요한 능력은 없다. 세상에 좋은 아이디어 혹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채 5%도 안될 거다. 일단 생각해본 걸 실행으로 옮기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 그냥 일단 해보면 된다. 그게 정말 사소한 생각 혹은 계획이라도 말이다. 나도 2018년에서야 처음으로 크고 작은 습관들을 형성했다. 운동 꾸준히 하기, 매일 독서하기, 피드백 꾸준히 받기 등의 습관 말이다. 실행력은 습관과 같다. 실제로 실행으로 옮긴 후 성취감을 맛보면 그 이후엔 모든 일이 너무 쉬워진다.


8.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아쉬움 이외에 어떠한 깨달음도 주지 않는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를 우린 평생 알 수 없다. 하지만 해보고 나서의 후회는 하나의 배움으로 남고, 이런 경험과 배움들이 모여 결국 내 통찰력으로 남게 된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안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좋든 안 좋든 더 큰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9. 내가 가진 습관이 나를 만든다

습관의 힘을 믿는다. 2018년도부터 딱 3가지 습관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독서. 운동. 그리고 글쓰기. 내가 읽는 책이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만들고, 지치지 않는 체력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랫동안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세 가지 습관 모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한 것을 다행으로 느낀다.

스스로에게 맞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라는 구절을 어디선가 보았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모인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한다.


10. 두려움도 단련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고 카트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처음 탔을 때 너무 무서웠다. 다칠까 봐. 다른 차랑 충돌할까 봐. 코스를 박을까 봐. 총 3라운드를 탔는데, 첫 라운드 때는 정말 안전하게 천천히 갔다. 뒷사람에게 방해되고 싶지 않아서, 길도 전부 비켜줬다. 그 라운드에서 나는 결국 꼴등 했다. 집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는 고 카트를 안 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온 거라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라운드를 참여했다. 갑자기 누가 뒤에서 쿵하고 날 박았다. 한번 충돌하고 나니까, "어 이게 생각보다 안 아프네?"를 느꼈다. 그래서 아 이게 무서운 게 아녔구나 하고 그때부터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 라운드가 돼서야, 제대로 달리는 법을 알았다. 기록도 75초에서 30초로 단축했다.


만약 내가 한 번만 타고 그만뒀으면, 난 평생 고 카트를 안 탔을 것이다. 고 카트는 내게 평생 두려움의 존재가 됐었을 거다. 내가 상상으로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일도 똑같다. 배움도 똑같고. 지레 겁부터 먹으면 평생 할 수 있는 게 없다. 두려움도 단련이 필요하다.



11. 화가 날 땐 "그럴 수도 있지...."

그냥 누군가 잘못을 하거나 실수할 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 게 참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 아 물론 나도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저런 마음을 가지긴 어렵더라^ㅠ^... 그래도 종종 이런 일들이 있을 때, 화를 내지 않고 "이 사람도 분명히 원해서 이런 실수를 한 게 아닐 거야.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한마디 하고 넘어가면 상대방이 참 고마워했다. 그리고 화 내봤자 내 정신건강에도 안 좋다. 결국 화내서 스트레스받는 건 나니까.



12. 나의 외로움은 타인이 채워줄 수 없다

외로움을 마주할 때마다 늘 누군가 내게 다가와주길 혹은 지금 나의 이 힘든 감정을 알아주길 바랬다. 그리곤, 다른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든 이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함께여도 외로운 순간이 존재하는구나.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수 있구나.”라고. 지금이 바로 그렇다. 이번 한국 행은 나의 시간을 수많은 사람들로 채우는 대신, 철저히 내 시간을 갖는 것에 집중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대신, 운동을 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적는다. 나 자신에게 몰입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

몰입하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 책 월든 중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평생 마주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외로움으로부터 나를 구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둘이서도 행복할 수 있음을.


13. 실패한 관계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지난 관계에 최선을 다해서인지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지나간 관계를 후회하지 않는다. 순간순간 마주하는 인연에 최선을 다한다. 나의 마음은 실수가 아니었으니까. 모든 관계가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라 믿는다.


14. 최선을 다한 관계는 마음은 아프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방에게 호감을 실패한 관계 때문에 움츠려 들고 싶지 않다. 상대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혼동하지 않는다. 관계에 있어서는 늘 ‘나’라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늘 더 주는 사람이고 싶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덜 주고, 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최선을 다한 관계는 마음은 아프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


15. 진정함 배움은 스스로 체득해서 깨우치는 것

당신이 깨달은 것을 당신의 가르침으로 나는 깨우칠 수 없습니다.
- 책 싯다르타 중

최근 골프에 빠졌다. 코로나가 2.5단계로 격상하기 전엔 담당 프로 선생님에게 매일 평일 15분씩 레슨을 받았다. 골린이인 나는 고칠게 투성이었다. "힘 빼세요" "다운스윙 때는 툭 치듯 가볍게 팔을 내리세요" ""백스윙 때 왼쪽 무릎 너무 굽히지 마세요"라는 피드백을 매번 받곤 했는데, 듣기엔 정말 간단하고 금방 고칠 것 같았는데 막상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그 당시엔 내가 뭘 잘 못했고 저 피드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실내연습장이 닫아 혼자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지금의 모멘텀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바로 실외 연습장을 끊고, 삼각대 하나를 들고 거진 매일 연습장을 갔다. 민망했지만, 매일 스윙 연습 영상을 촬영해서 프로님께 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자세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잘못된 자세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내 몸이 그걸 느끼고 공이 잘 맞을 때면 "아.. 이래서 선생님이 무릎을 굽히지 말라고 하신 거구나" "아 이래서 팔을 그냥 툭 내려놓으라고 하신 거구나" 깨달았다. 이렇게 연습을 한 시점부터 급격히 성장하게 된 것 같다. 아마 집에서 유튜브 골프레슨만 주구장창 봤다면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깨달음은 내가 직접 경험해 체득하지 않고서야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16.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이걸 이해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렸다. 항상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랬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저 사람도 저렇게 생각하겠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너무나도 큰 착각이었다. 내 마음은 나 밖에 모른다. 아니 나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상대방은 어찌 알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연인 관계에 있어서도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왜 이런 결정들을 내려서, 이런 행동들을 했고, 이런 감정들의 생겼는지에 대해. 내 안에서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 사고 회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걸 내 안이 아닌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걸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해야 한다. 서로 생각하는 방법도, 가지고 있는 시각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그래서 "오버 커뮤니케이션" 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을 안 하면 아예 모르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해도 커뮤니케이션에 간극이 생기더라.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상대방도, 나도 서로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17.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주변에 계속 알리면 기회가 찾아온다

(여러분 소개팅 환영합니다 ^_^...)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고,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주변에 꾸준히 내가 요즘 뭐에 관심이 있고, 뭘 하고 싶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얘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걸 기억해준 지인들에 의해서 꾸준히 좋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말해서 나쁠 게 없다.


18. 20대에는 “경험 자산”을 축적하자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 안철수

20대에는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 금전적인 투자보다는 나에 대한 투자 말이다. 20대라는 시기는 노희영 씨의 말을 빌려 '집요하게 나를 쌓는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이해, 내가 미래의 내 사업을 하기 위한 역량들을 키우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뭘 좋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취향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시기다. 20대, 내가 정의하고 있는 나의 자산은 = 경험과 관계다. 그리고 이 경험 자산을 쌓기 위해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나에 대한 호기심" 일 것이다.


19. 완벽주의자보다 완료 주의자

무언가를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오늘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8할은 “일단 해보자"라는 자세다. “xx 하는 법" 찾는데 시간 쓰지 않고 일단 해볼 기회를 만들어 당장 시작했다.

골프를 배우고 싶어서 그 날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 찾아가서 바로 연습장 회원권을 끊었다.

글 쓰는 법을 훈련하고 싶어 퍼블리 디지털 리포트 제안을 수락했다.

책을 안 읽는데 강제로라도 읽고 싶어서 북클럽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배운 마케팅을 정리하고 싶어서 유료 세미나를 열었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 위 과정 중에서 한 번도 완벽하게 준비된 적은 없었다. 완벽주의자보다 완료 주의자가 되고 싶다. 무엇을 완벽하게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점을 알아간다.


20. 시작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지속 가능함은 특별함이다

“복리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어떤 일을 더 오래 할수록, 끝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최대의 이익과 가속도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돈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게도 적용되는 개념인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시작은 잘하지만, 유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시작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지속성에 힘을 싣고 싶다. “꾸준함" “지속가능성"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1. 네트워킹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내가 잘하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네트워킹의 중요성 혹은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 심사역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내가 몇 명을 알고, 누구랑 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도 괜찮다고. 네트워킹보다 더 중요한 건, 적어도 내가 아는 그 좋은 주변인들이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22. 잘난 사람보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어렸을 땐 정말 철저한 개인주의자였다. 내가 열심히 하고, 나만 잘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혼자서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구나 깨달았다. 또 나 혼자 잘되고, 나 혼자 잘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느꼈다. 어떤 한 일이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나 또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항상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23. 모르는데 부끄러워서 아는 척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에 하나는 학생들이 질문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는 거였다. 나도 한국에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에 속했는데, 미국 오자마자 "아 나는 더 분발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기 애들 자체가 모르는 거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다. 당연히 없어야 되는 거지만 나는 괜히 내가 못해 보일까 봐 아는척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넘어가다 보면 제대로 배우는 게 없다. 쪽팔려도 물어보고 나서 해소하는 게 차라리 낫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괜히 아는 척하다가 "아 이런 부분은 그럼 얘가 당연히 알겠구나" 하고 넘어가는 순간, 일을 배우는 속도도 진행하는 속도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모르는 건 물어보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나의 러닝 커브가 초반엔 느리더라도 어느 순간 급격히 높아질 테니까.


24. 모든 일에는 "왜"가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순간이 많이 찾아온다. 배가 사공으로 가고 있을 때, 그냥 "왜"라는 질문 하나만 던져보면 되는 것 같다. 그냥 하는 거랑, "왜" 이걸 해야 되는지를 알고 하는 거랑은 결과물이 천지차이인걸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문서의 첫머리를 "Goal"로 시작한다. 내가 이걸 하는 이유를 까먹지 않으려고.


25. 회사를 선택할 땐, 내적 동기, 나의 why를 이해하자  

이전에 일했던 블라인드, 심플 해빗 모두 내가 이 회사들과 함께했던 이유가 너무 명확했다. 회사를 정할 때 내가 기준으로 두는 세 가지 이유 (1. 함께 일하는 사람들, 2. 이 조직 안에서 내가 얼마 큼의 임팩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3. 비전과 글로벌 프로덕트 여부)가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위의 기준보다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있다.

나의 내적 동기 및 why
=
미래의 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곳인가

지난  회사들에서 인상 깊게 느낀 부분은 이런 개개인들의 내적 동기를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좋은 프로덕트, 좋은 비전, 좋은 팀원들은 당연히 갖추어져야만 하고, 결국 내가 이 회사에서 얻으려고 하는 경험을 회사가 제공해줄 수 있는가. 결국 개인과 회사의 alignment 가 일치하는지를 본다.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면, 개인도 회사도 서로 만족할 수 없고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26. 필요한 걸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여러 번의 초기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깨달은 건, 이 단계의 회사들은 1 to 10 이 아닌 0 to 1을 만들어줄 사람을 더 필요로 하고, 가치 있게 느낀다는 것이다. 모든 리소스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건, 회사의 성장을 위해 내가 지금 필요한  요구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X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Y 밖에 없다고 하면, 여기서 X를 이루기 위해 추가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걸 방해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 알려주고 오히려 회사에 역으로 당당하게 요구 (ask for it)를 하고 얻어내야 한다.


27. 신뢰는 얻어지는 것이 아닌 쌓아가는 것

내게 신뢰란 “그 사람에 대한 지지와 믿음, 그리고 예측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는 디폴트 값이 아니다. 모든 관계는 0에서 시작한다. 건물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랑 비슷하다.  초반에 견고하게 기초 공사를 잘해놔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안전하게 지어질 수 있다. 조직 내에서의 신뢰는 특히나 더 중요하다. 첫 90일 동안은 작은 성취 (small win)를 꾸준히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초반에 신뢰를 잘 쌓아둬야 이를 통해 얻어낸 조직의 지지를 기반으로 더 큰 자신감을 얻고, 중. 장기적으로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28. 불편한 선택이 결국 성장을 가져다준다

인생을 살면서 내렸던 수많은 결정들을 뒤돌아보니, 내가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들은 모두 불편한 선택으로부터 왔다. ‘불편함'이라는 감정은 기존에 내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도전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어렵고, 불편하고, 피하고 싶지만 이를 마주하고, 이겨내면 한층 성장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처음 미국행을 택했을 때도, 실리콘밸리 행을 택했을 때도, 회사를 나왔을 때도 모두 같은 기분을 느꼈다. 쉽고 안전한 선택은 날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불편한 선택을 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29. 안 쓰면 까먹는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것 때문이다. 29년이 모여 10,585일이 되는데, 이 중에 내가 실제 기록한 날은 아마 10%도 안될 거다. 초등학교 때 매일매일 썼던 일기장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중/고/대학교 유학 시절 간간히 썼던 일기도 다 흩어져서 이제 찾을 수 조차 없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에 아쉬운 추억들이 너무 많다. 올해도 쓰다만 일기장을 뒤적여 보니, "와 내가 이땐 이런 고민을 했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당시에 했던 경험과 내 감정을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귀찮고, 힘들어도 일기/생각정리를 다시 적어나가기로 했다.



사실 이 글을 27살 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마무리를 못하고 미루다 보니, 어느덧 28살이 되고, 또 한 해가 지나 어느덧 29살이 되었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게 괜스레 무서워, 30살 전에는 무조건 이 글을 퍼블리시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렇게 돼서 다행이다! 신기한 건 2년 전, 1년 전에 느꼈던 깨달음과 배움들이 아직까지 내게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나의 20대를 뒤돌아볼 수 있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며 하는 2021년을 위한 다짐:

더 많은 성공적 실패를 하는 사람이 되자

먼저 다가가고, 먼저 마음을 쓰는 사람이 되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사서 고생은 해도 사서 걱정은 하지 말자

건강 잘 챙기자

아디오스 나의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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